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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중 제21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8-27 조회수3,197 추천수9 반대(0)

예신 담임 부제님들과 나가사키 성지순례 때 일입니다. 다른 모든 분들은 일본 입국 수속을 잘 마쳤습니다. 그런데 한 분이 입국심사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여권에 있는 이름이 수배자의 이름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사진, 여권, 비행기 티켓, 지문을 모두 확인했지만 한국에서 수배자가 아니라는 보증을 해야만 입국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신원을 확인해 주어서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지만 우리는 모두 걱정하면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물론 당사자는 가장 긴장했고, 답답했을 것입니다.

 

저는 교구청에 있기 때문에 교구청의 여러 곳을 출입할 수 있는 열쇠가 있습니다. 요즘은 비밀번호와 카드가 있어 굳이 열쇠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원하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은 기능을 하는 것입니다. 신청사에는 성직자 신분증이 있어야 출입할 수 있습니다. 사무실, 숙소, 예비 신학생들이 머무는 기숙사는 비밀번호를 눌러야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이버 공간에서도 저를 나타내는 비밀번호와 아이디가 필요합니다. 비밀번호와 카드가 없으면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열쇠는 조직을 위해서도, 보안을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꼭 필요합니다.

 

얼마 전 저는 남미에 있는 교회를 방문하면서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성직자들이 섬기는 삶을 살지 않았고, 희생하는 삶을 살지 않았고, 권위적인 모습으로 살았던 것 같습니다. 병원에 있는 성직자만 교회에 있고, 다른 성직자들은 국외로 추방당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다시금 성직자들이 교회에서 사목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치 공소의 열쇠는 공소회장님이 가지고 있듯이, 아직까지는 본당의 열쇠를 성직자들이 가지고 있지 않고, 신자들이 관리한다고 합니다. 저는 교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열쇠는 책임이 있는 사람, 성실한 사람, 정직한 사람, 부정과 불의에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제를 사목자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사목은 무엇일까요?

사목이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었지만 섬기러 오셨던 예수님처럼 신자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목이란 서비스입니다. 교회에는 일곱 가지 성사가 있습니다. 사제는 성사를 성실하게 집행하면서 신자들이 신앙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고백성사, 성체성사, 병자성사는 신자들의 고민과 아픔을 치유해 주고, 영적인 양식을 드리는 성사입니다. 그 준비에 충실하고 그 집행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특히 가난한 이, 아픈 이, 외로운 이들과 함께하였듯이 사목이란 모든 이를 위해서 모든 것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때로 고난을 겪기도 하고, 십자가를 지고 가기도 해야 하고, 박해를 받기도 하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니 사목이란 장난이 아닙니다.

 

사목이란? 복음을 전하는 것입니다. 복음이란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먼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람들에게 선포하는 것입니다. 아직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신앙 안에 있었지만 쉬고 있는 교우들에게 다시금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지만 큰 감동과 기쁨이 적은 신자들에게 왜 복음을 믿어야 하는지, 왜 복음을 살아야 하는지 알려 주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제가 먼저 복음을 살아야 하고, 복음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사목이란? 본당의 재정, 조직, 건물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재정은 투명하게 하고, 그 예산은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하게 사용하여야 합니다. 많은 본당에서 예산이 적어서 문제가 되기보다는 많은 예산을 독단적으로 사용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본당에는 많은 단체와 조직이 있습니다. 조직과 단체가 발전하고 촉진되도록 관심을 기울이고, 봉사할 사람들을 선별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였듯이, 사제들은 봉사자들과 함께 본당을 운영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질문을 하셨습니다. ‘여러분은 나를 누구라고 생각합니까?제자들은 예수님에게서 영광과 승리와 명예를 보았는지 모릅니다. 세상의 허물을 없애주고 새로운 왕국을 건설할 메시아로 보았는지 모릅니다.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께로부터 선별된 사람입니다. 그리스도는 권한과 능력도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과 희생도 있어야 합니다. 십자가 없는 부활은 있을 수 없었습니다. 골고타 없는 하느님 나라도 없었습니다. 죽음이 없는 영원한 생명은 또한 없는 것입니다.

 

신앙이란 무엇일까요?

예수님의 다음 말씀에서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은 반드시 고난을 받고 죽었다가 다시 살아날 것이다.’ 그렇습니다. 신앙은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입니다. 많은 성인들은 바로 십자가 열쇠로 하느님께로 갈 수 있었습니다. 누군가 우리들에게 십자가를 지운다면 고마워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천국으로 가는 열쇠를 주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십자가 열쇠를 이웃들에게 나누어 줄 수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들 마음에 몇 개의 십자가 열쇠가 있는지요? 아니면 타락과 욕심의 열쇠만 가득한 것은 아닌지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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