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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0831 -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 이기양 요셉 신부님
작성자김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7-08-31 조회수1,980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7
08 31 () 가해 연중 제21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테살로니카 1 3,7-13
마태오복음 24,42-51


이기양 요셉 신부님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늘 깨어 준비하고 있으라는 가르침을 주십니다.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의 주인이 어느 날에 올지 너희가 모르기 때문이다. 이것을 명심하여라. 도둑이 밤 몇 시에 올지 집주인이 알면, 깨어 있으면서 도둑이 자기 집을 뚫고 들어오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마태24,42-44)

준비가 없는 삶은 재난을 초래한다는 것을 경고하시지요. 하느님께서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부르시더라도 충실한 종의 모습으로 따를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늘 깨어 준비하는 모습이란 어떤 것을 말하는 것일까요?

이탈리아 예수회 알로이시오 성인이 신학교를 다니던 때에 있었던 일입니다. 하루는 교장신부님이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어린 신학생들을 불러 세우고 물었습니다.

5분 후에 이 세상에 종말이 찾아온다면 무엇을 하겠느냐?

한 학생이 대답했습니다.
“성당에 가서 기도를 하며 종말을 준비하겠습니다.

또 다른 학생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집에 가서 부모님과 함께 종말을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 알로이시오 성인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지금 그대로 운동장에서 놀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준비한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수선을 떨며 허둥대는 것이 아니지요. 평소와 다름없이 성실하고 묵묵하게 최선을 다하여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것을 말합니다. 지나온 과거를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살고 또 허황된 미래를 꿈꾸지 않으며 현재를 충실하게 사는 것, 이것이 준비하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물론 여기에서 성실하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는 삶을 말하지요. 준비하고 깨어 있으라는 오늘 예수님의 말씀은 매 순간 종말을 맞듯이 순간 순간을 성실하게 살아가라는 말씀입니다. 사실 우리에게 있어서 매 순간은 종말이지요. 그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오늘 준비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을 충실한 종과 불충한 종을 예로 들어 설명하시지요. 여기에서 충실한 종은 주인이 맡긴 일에 최선을 다하여 자기 책임을 다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은 주인으로부터 인정을 받을 뿐만 아니라 더 큰 상급을 받게 되지요.

반면에 불충한 종은 속으로 주인이 더디 오려니 생각하고 다른 종들을 때리며 술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기만 하다가 생각지도 않은 날, 짐작도 못한 시간에 돌아온 주인에게 발각이 되어 위선자들이 벌받는 곳으로 쫓겨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충실한 종과 불충한 종의 대조적인 두 모습을 제시하시면서 늘 깨어 준비하는 성실한 삶을 살아갈 것을 우리에게 가르치시지요.

또한 우리가 오늘 복음에서 잊지 말고 짚고 가야 할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충실한 종과 불충한 종의 비유에서 보듯이 모든 재산의 권리는 주인에게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자기의 것인 양 으스대며 다른 종들을 때리고 술친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방탕한 생활을 한 불충한 종은 결국 주인에 의해 벌받는 곳으로 보내지고 거기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였지만 때는 이미 늦고 말았습니다. 참으로 어리석은 모습이지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나의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나에게 맡겨주신 것입니다. 이것은 천주교 신자나 불교 신자나 할 것 없이 인간이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진리입니다. 그래서 불가(佛家)에는 ‘공수래공수거(空手來空手去)‘라는 말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을 표현하기도 하지요.

우리는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것을 관리하는 관리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주인이신 하느님께서 나에게 위탁한 것을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 관리하는 것뿐이지요. 그리고는 다시 주인에게 돌아가서 성실한 관리인으로 인정을 받는 것이 우리 삶의 본분입니다.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들은 갖추고 누리는 모든 것을 내 것인 양 여기며 살아갑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때는 내 것으로 착각하는 그 도를 넘어서 재물을 마치 주인처럼 섬기며 살아가기도 하지요. 우리는 이것을 우상숭배라고 부릅니다. 이는 신자나 비신자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느님이 모든 것의 주인이시며, 우리의 인생이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것임을 안다면 그렇게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생각지도 못한 때, 짐작도 못한 시간에 다가옵니다. 우리는 죽음을 만날 때마다 빈손으로 태어나서 빈손으로 죽는 우리의 삶이 재산 관리인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거듭 확인하게 되지요. 주인에게 최선을 다하고 자신의 본분에 충실한 관리인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주인이 맡긴 재산이 자기 것인 양 흥청망청 살거나 또는 필요 이상으로 집착을 한다면 그것은 성실한 종의 모습이 아닙니다. 그런 사람을 두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만일 그가 못된 종이어서 마음속으로 ‘주인이 늦어지는구나.‘ 하고 생각하며, 동료들을 때리기 시작하고 또 술꾼들과 어울려 먹고 마시면, 예상하지 못한 날, 짐작하지 못한 시간에 그 종의 주인이 와서, 그를 처단하여 위선자들과 같은 운명을 겪게 할 것이다. 거기에서 그는 울며 이를 갈 것이다.(마태24,48-51)

우리는 언제든지 주인이 부르면 달려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 부르심에는 순서가 없지요. 아직 젊다거나 할 일이 많다는 이유로 자신에게는 해당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판단입니다. 주인이 부르면 언제든지 응답할 수 있도록 성실하게 하루 하루를 준비해야 하겠습니다. 이런 글이 있지요.

“할 일 없이 보낸 오늘 나의 하루가 어제 죽은 그 사람이 그렇게 살고 싶어한 바로 그 내일이다.

매일 매일을 성실하게 사는 것이 성실한 종의 모습이며, 깨어 준비하라는 오늘 복음 말씀의 실천임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이기양 요셉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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