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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레시안 묵상] 일상의 영적 고문을 극복하는 법 - 토토로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09-05 조회수1,292 추천수2 반대(0) 신고

예전에 인터넷에서 '한국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가장 잔인무도한 고문법 8가지'를 본 적이 있습니다. 아마 여러분들도 이미 내용을 접해보신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글을 읽어보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8가지 고문법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1. 라면 먹을 때 김치를 안 준다.
2. 인터넷 속도를 10mb이하로 줄인다(참고로 2017년 한국의 인터넷 평균 속도는 대략 26mb라고 합니다.)
3. 식후에 커피를 못 마시게 한다.
4. 버스가 완전히 정차하고 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내리게 한다.
5. 삼겹살에 소주를 못 먹게 한다.
6. 요거트 먹을 때 뚜껑을 핥지 못하게 한다.
7. 화장실에 갈 때 핸드폰을 못 갖게 가게 한다.
8. 엘리베이터 문닫기 버튼을 누르지 못 하게 한다.

저 8가지 내용을 읽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고, 그 중에 몇 가지만 못 하게 해도 저 역시 너무 힘들어 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8가지 중에 어떤 부분이 정말 괴로운 고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웃자고 쓴 글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저 8가지 이외에, 여러분의 일상 안에서 여러분을 힘들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요? 어떠한 현실이 여러분에겐 고문같은 상황이 되는지요? 세상 살기 참 어렵다고 하는데 어떠한 부분이 여러분의 삶을 정말 슬프게 만드시는지요?

고문이라는 것은 나의 한계를 넘어서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것입니다. 옛날에 벌어지던(어쩌면 지금도 지구 어느 곳에서 벌어지는) 물리적인 고문은 내 신체의 한계를 훨씬 넘어선 아픔을 주는 것이기에 너무 힘들고 괴롭습니다. 그 고문이 내 한계를 뛰어넘지 않는 것이라면 어느 정도 버티거나 이겨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의 고문은 그러하지 못 합니다. 견디지 못할 육체적 아픔을 줍니다.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고 내 정신도 그만큼 피폐해 집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물리적인 고문을 당할 일이 없습니다. 하지만 일상 안에서 오는 복잡다양한 일들이 여러분을 괴롭힙니다. 일상 안에서 겪는 영적인 고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도 저를 괴롭히는 영적인 고문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각자의 자리에서 고문을 당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이겨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이 우리 삶을 그만큼 힘들게 합니다. 저 또한 현실 앞에서 무릎을 꿇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일상 안에서 고문을 당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내 삶에 충실히 하려는 모습을 증명한다는 것입니다. 옛날 우리 순교자들이 신앙을 굳게 지키고자 하는 다짐이 없었더라면, 그리고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나아가려는 신앙이 없었더라면 고문 받을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하느님 안에서 내 삶을 충실히 살고자 하는 마음이 없다면, 내 일상의 고뇌와 갈등은 영적인 고문이 아니라 그저 스쳐 지나가는 생각일 뿐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지금 당장 인지를 못하는 것이지 내 삶을 더욱 망가뜨리는 요인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영적인 고문을 직면하는 것이 그만큼 내 삶을 더욱 의미있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8가지 고문법을 다시 한 번 보십시오. 사실 저 상황을 극복하면 그것은 나에게 고문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 될 것입니다. 내 생각의 한계치를 더 높게 설정하면 김치 없이도 라면을 먹을 수 있고, 인터넷이 느려도 답답해 하지 않을 수 있고,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내려도 급한 마음을 가지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내가 직면한 영적 고문을 이겨내는 것은 그만큼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며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그것을 가볍게 넘길 수 있습니다.

우리에겐 영적 고문을 이길 수 있는 신앙이 있기에 참 행복하고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가톨릭 신자로서 하느님 안에 머무려고 노력하는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의 한 수'입니다. 내가 하느님을 믿지 않았다면, 구원의 길로 나를 부르시는 하느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더라면, 나는 영적 고문 앞에서 좌절하고 무너졌을 것입니다.

일상생활 참 힘드시죠? 하지만 하느님 안에 머물며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그것이 신앙입니다. 신앙은 요술램프의 요정이 모든 것을 180도 바꾸어 놓는 것과 같은 힘을 지닌 것이 아닙니다. 내 일상의 영적 고문의 한계치를 높여 그것에 초연해 지는 은총을 주는 것이 바로 신앙입니다. 신앙의 신비 안에서 여려분의 삶이 그만큼 복되고 아름답게 변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영적 고문을 극복하여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을 깊이 체험하는 거룩한 신앙인이 되시길 마음 모아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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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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