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9-06 조회수1,873 추천수12 반대(0)

기쁨의 순간들을 생각해 봅니다. 어릴 때는 시골에서 친척 어르신들이 오면 기뻤습니다. 귀엽다고 하시고, 용돈도 주셨기 때문입니다. 친척 어르신들이 오시면 엄하시던 어머니께서도 잠시 부드러워지셨기 때문입니다. 신학교에 합격했을 때도 기뻤습니다. 군대에서 제대했을 때도 기뻤습니다. 사제서품을 받고 첫 본당으로 갔을 때도 기뻤습니다. 운전면허를 땄을 때도 기뻤습니다. 8년간의 보좌신부를 마치고 본당 신부가 되었을 때도 기뻤습니다. 이런 기쁨은 주로 저 자신과 관련된 기쁨입니다.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이 4강에 올랐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기뻐하였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동계 올림픽 피겨 스케이트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도 기뻤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물건이 해외에서 인정받을 때도 기뻤습니다. 마치 나의 일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쁨은 공동체와 관련된 기쁨입니다.

 

신념과 이념 때문에 기쁜 것도 있습니다. 독립운동을 하던 사람들에게 해방은 말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민주화 운동을 하던 사람들에게 독재 정권이 무너지고 민주 정부가 들어서는 것도 눈물 나게 큰 기쁨입니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도 큰 기쁨입니다. 신념을 위해서, 이념을 위해서 기꺼이 땀을 흘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목숨까지 바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나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 다른 고을에도 전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기쁜 소식은 하느님 나라입니다.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고, 하느님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는 나라입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입니다. 기쁜 소식은 예수님께서 보여 주신 말씀과 표징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고 하셨습니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 주셨고, 아픈 이들의 병을 치유해 주셨습니다. 기쁜 소식은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주님을 믿고 따르면 우리들 또한 죽더라도 살 것이고, 살아서 믿으면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사제들은 무엇보다 주님의 기쁜 소식을 충실하게 전해야 합니다. 그런 일을 하라고 서품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일을 하라고 독신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첫째, 사제는 긍정적이면 좋겠습니다. 비가 온 뒤에 땅은 더 단단해진다고 믿었으면 좋겠습니다. 먹구름 뒤에 밝은 태양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긍정적인 사제는 감사할 줄 알게 되고, 감사하면 감사할 일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이순신 장군은 신에게는 아직도 배가 12척이나 남았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모든 것들이 잘 갖추어진 곳에서는 꽃을 피우는 마음으로 사목을 하면 좋겠습니다. 이제 막 시작되는 곳에서는 씨를 뿌린다는 마음으로 사목을 하면 좋겠습니다.

둘째, 사제는 겸손하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아들 예수님께서도 늘 겸손을 말씀하셨습니다. ‘첫째가 되려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야 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러 왔습니다. 여러분이 나의 제자가 되려거든 여러분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합니다. 그리고 직접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습니다.’ 모르는 것은 배운다는 자세로 지내면 좋습니다. 아는 것은 나눈다는 마음을 가지면 좋습니다.

 

신앙인이 된다는 것은 자아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자아의 틀에서 벗어나 모든 이를 위한 모든 것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는 바로 그런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들어온 영양분을 주위에 있는 세포에게 아낌없이 나누어 줄 때, 우리의 몸은 건강하게 자라납니다. 자신에게 들어온 영양분을 나누어 주지 않고 자신만 소유하는 세포가 있는데 그것을 우리는 암세포라고 부릅니다. 자신이 커지는 것 같지만 결국은 자신도 죽고 건강했던 몸도 죽이는 것을 봅니다. 우리들 모두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 이웃과 동화되는 것, 그것이 신앙의 길입니다.

 

주어진 현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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