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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14 목/ 십자가를 현양하는 삶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9-13 조회수1,571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 십자가 현양 축일, 요한 3,13-17(17.9.14)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요한 3,14)










 

십자가를 현양하는 삶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약속의 땅으로 가기 위해 광야를 걷고 있었습니다. 광야에는 먹을 것이 턱없이 부족했고 위험들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그 생활이 너무 힘들어 불만에 가득 차 하느님과 모세에게 대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불 뱀들을 보내시어 불평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물어 죽게 하십니다. 일종의 불신의 벌이 내린 것이지요. 그제야 정신이 든 그들은 모세에게 살려 달라고 간청합니다. 모세가 그들을 위해 하느님께 간청합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는 구리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고 뱀에 물린 자는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라고 하십니다(민수 21,8). 과연 구리 뱀을 쳐다보는 사람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모세가 광야에서 뱀을 들어 올린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들어 올려져야 한다. 믿는 사람은 누구나 사람의 아들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요한 3,14-15) 예수님 친히 구리 뱀처럼 십자가에 달리게 될 것이라 하십니다. 그렇게 그분께서는 오직 사랑 때문에 십자가에 못 박히실 것이고, 죽음을 넘어 부활하셨습니다. 십자가의 길은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길입니다.

어떻게 십자가를 현양할 수 있을까요? 십자가를 현양하려면 십자가의 의미를 분명히 깨닫고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하겠지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신 것은 오직 세상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 때문이며,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시기 위해서입니다(3,16).

따라서 십자가는 하느님 사랑의 구체적인 표지 외에 다른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외아들을 주심으로써 드러났으며, 이 세상 그 무엇에도 비길 수 없는 가장 값진 선물입니다. 그러나 그 선물은 화려하게 꾸며진 것도 고통 없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지요. 십자가를 현양하려면 십자가의 무게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 고통의 무게, 생명을 위한 죽음까지도 받아들일 때, 십자가를 통해 주님께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무한한 사랑만이 끝없는 고통과 죽음을 감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셨습니다. 사실 십자가 그 자체는 고통, 불의, 실패, 절망, 수치, 치욕, 파멸, 죽음 등 부정적인 의미를 지닙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극진한 사랑과 섬김, 희생과 겸손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십자가의 역설을 보여주셨지요.

예수님께서는 그렇게 십자가를 받아들이심으로써 절망을 넘어 희망을, 죽음을 넘어 영원한 생명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우리 또한 예수님처럼, 십자가를 생명이요 사랑이신 하느님의 그 사랑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십자가를 현양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십자가를 현양하려면 저 낮은 곳으로 내려가고, 사랑으로 죽음을 삼켜야만 할 것입니다.

“십자가가 없었더라면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히지 않으셨을 것이며, 생명께서 나무에 못박히지 않으셨을 것입니다.”(크레타의 주교 성 안드레아) 십자가는 인간을 위한 예수님의 속죄 제사, 죽음에 대한 승리입니다. 그것은 그분께서 갈망하셨던 생명의 잔이고 영광이며, 우리가 겪는 모든 고통의 마침표인 셈입니다. 따라서 십자가는 “하느님의 능력이요 지혜”(1코린 1,24)로서 하느님께 이르는 등불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오늘도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만을 생각하며’(1코린 2,3), 사랑으로 십자가를 받아들여, 자신을 죽기까지 낮추고, 서로의 고통에 눈길을 돌리고 함께하며, 자신을 온전히 내어줌으로써 매순간 주님의 십자가를 현양하는 거룩한 날이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자랑할 수 있는 것은 곧 우리의 연약함이며 매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는 일일 뿐임을 기억하며...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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