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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17."일곱번이 아니라 일흔일곱번 일흔번이라도 ~ " -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9-17 조회수1,621 추천수0 반대(0) 신고

마태 18,21-35(연중 24 주일)

 

우리는 살아가면서 때로는 빚을 지기도 하고빚 독촉을 받기도 합니다.그럴 때면 오늘 이 비유에 나오는 종처럼우리 역시 조금만 참아 주십시오곧 다 갚아드리겠습니다(18,26) 하고 애걸하기도 합니다그런가 하면때로는 빚내어 주기도 하고,빚 독촉을 하기도 합니다그럴 때면 오늘 비유에 나오는 종처럼우리 역시 꼭 갚을 터이니조금만 참아주게(18,29)라는 동료의 간청을 듣기도 합니다.

 

이 비유에는 대조적인 두 인물이 등장합니다곧 조금만 참아달라는’ 종의 간청에 대해 단지 참아 주는 것을 넘어서청하지도 않은 그 빚을 그냥 아무런 조건 없이, ‘먼저’ 탕감해주는자비로운 왕과 동료의 간청을 들어주기는커녕 오히려 그 동료를 끌고 가서 빚진 돈을 다 갚을 때까지 감옥에 가두어버리는(18,30) 무자비한 종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우리는 서로 빚을 주기도 하고 빚을 지기도 하지만사실 우리 모두가 하느님 앞에서는 빚진 자라는 사실입니다곧 죄에 있어 빚진 자이며사랑에 있어 채무자라는 사실입니다그리고 우리는 이미 그 빚을 다 탕감 받았고용서받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예수님께서 죄 많은 여인에게 하신 적게 용서받은 사람은 적게 사랑한다.”(루가 7,47)는 말씀을 새겨보아야 할 일입니다.

 

용서란 오늘 말씀에서 두 가지 면을 보여줍니다.

한편으로는 긍정적인 표현으로서 오늘 복음에서는 빚진 종을 왕이 가엽이 여겨 빚을 탕감해주고 놓아 보내는 것”(18,26)으로 드러납니다용서란 자비라는 말씀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표현으로서 제1독서에서 원망과 원한을 품지 않으며분노를 품지도 않고보복하지도 않으며미움을 가지지 않는 것(집회 27,33-28,9 참조)으로 드러납니다곧 용서란 계약과 하느님께 충실함이라는 말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는 용서의 특성을 세 가지로 묵상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용서하되 끝까지 용서하라는 것이요둘째는 용서하되 먼저’ 용서하라는 것이요셋째는 용서하되 진심으로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첫째, 용서하되 끝까지 용서하라는 말씀은 오늘 <복음>에서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마태 18,22)는 말씀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는 몇 번까지 용서해야 하는지용서의 한계를 밝혀줍니다그것은 용서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씀입니다.용서하되 무한히끝없이 계속해서,마침내는 죽기까지 용서하라는 말씀입니다한 번 혹은 몇 번 용서해보고 그만 하는 것이 아니며혹 상대가 미처 받아주지 못한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끝까지 목숨을 다하기까지 용서하라는 말씀입니다바로 예수님께서 죽기까지 그렇게 우리를 용서하셨듯이 말입니다.

 

둘째, 용서하되 먼저’ 용서하라는 말씀은 오늘 <복음>에서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너도 너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할 것이 아니냐?”(18,33)라는 말씀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는 왜 우리가 용서해야 하는지용서의 이유를 밝혀줍니다그것은 우리가 잘못을 고백하기도 전에아니 잘못했노라고 인정하기도 전에혹은 용서를 청하기도 전에당신께서는 먼저’ 우리를 용서하셨기 때문입니다곧 우리가 사랑하기도 전에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고우리가 구원을 청하기도 전에 먼저’ 우리를 구원하신하느님의 자비를 입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역시내 형제가 용서를 청하기도 전에 혹은 비록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거나 고백하기도 전에 먼저’ 용서함으로써다름 아닌 바로 하느님의 용서가 그들에게 베풀어지도록 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그렇게 함으로써 우리 역시 하느님의 용서에 참여하게 되고그 용서를 통해 구원으로 인도되기 때문입니다.

결국우리가 용서해야 할 이유는 먼저’ 우리가 용서를 통해 구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바로 그 용서를 통해 타인을 구원으로 인도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해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용서하십시오.”(에페 4,32)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 용서해야 합니다.”(골로 3,13)

 

셋째, 용서하되 진심으로 용서하라는 말씀은 오늘 <복음>에서 너희가 진심으로 용서하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도 너희에게 이와 같이 하실 것이다(18,35)라는 말씀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이는 어떻게 용서를 해야 하는지용서의 태도를 밝혀줍니다그것은 오직 진심으로 용서하라는 말씀입니다선심 쓰듯이 혹은 값싼 동정심에서 하는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의무감에서나 보상을 얻기 위한 방편에서 혹은 남의 시선이나 평가 혹은 자신의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오로지 진심으로 용서하라는 말씀입니다곧 용서하되 하느님의 마음으로 용서하라는 말씀입니다곧 하느님의 사랑으로 용서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러기에 그것은 원망도 원한도 없고분노도 미움도 보복도 없는 오직 사랑만이 있는 용서일 뿐입니다.

 

사실이 비유에 나오는 큰 빚을 진 종은 율법(레위 25,39; 2열왕 4,1)의 원칙에 따르면주인의 처분에 따라 노예로 팔려야 했습니다.

우리 역시 우리의 죄와 빚으로 본다면죄와 죽음의 노예로 전락해야 할 운명이었습니다(로마 2,12).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가엽이 여겨 빚을 탕감해주고 놓아 보내는(18,26) 자비를 베풀어주셨습니다다름 아닌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자비를 통하여 죄 많은 우리를 죽음에서 생명으로 옮겨주셨고하느님 자녀가 되는 특권을 주셨습니다.”(요한 1,12).

 

우리는 이처럼 하느님의 절대적인 용서에 힘입어 구원을 받았으니이제 우리 역시 이웃과 형제를 절대적으로 용서함은 지극히 마땅하고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원망과 원한을 품지 않으며분노를 품지도 않고보복하지도 미움을 가지지도 않으며(집회 27,33-28,9 참조), 악을 악으로 갚지도 않으며(로마 12,17), 저주하지도 않으며 도리어 복을 빌어주며(로마12,14), 계명과 하느님께 충실 하는 것,또한 지극히 마땅하고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제 우리는 이 위대한 용서의 사도요자비의 사도요하느님의 사랑에 충실한 일꾼이 되어야할 일입니다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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