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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9.24 주일/ 따지고 시기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9-23 조회수940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25주일, 마태 20,1-16(17.9.24)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마태 20,15)





The workers in the vineyard





 

따지고 시기하지 않는 순수한 사랑

 

오늘 복음 앞에서 인간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당혹스러움을 느낍니다. 저녁때가 되어 밭주인은 맨 나중에 온 이들부터 시작하여 맨 먼저 온 이들에게까지 똑같이 한 데나리온을 품삯으로 줍니다(20,8). 그러자 일찍부터 일한 이들은 결국 밭 임자에게 불만을 터뜨립니다(20,11-12). 얼핏 보면 밭주인의 처사는 사회정의와 공평성에 입각한 분배정의를 무시하는 처사로 보입니다.

일찍부터 와서 더 많은 일을 한 일꾼들이 불만을 터뜨린 것은 하느님 나라를 돈을 버는 시장으로 잘못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하늘나라의 질서는 경제논리와 셈법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하늘 나라에서는 그리스도의 복음에 합당한 생활(필리 1,27), 곧 사랑을 실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 비유는 고용과 소득 분배의 정당성을 말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포도밭에 초대받아 일하는 것은 자신을 위한 마땅한 의무이지 그에 대해 대가를 요구할 권리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무조건적이고 한없는 사랑의 관점과 이해타산을 따지는 경제논리의 차이는 영원한 생명과 죽음의 갈림길인 셈입니다.

불만을 터뜨리게 된 다른 이유는 하느님을 자신의 생각 안에 가두려 한 때문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일한 이들은 밭주인이 오후 늦게 온 이들도 자신들과 똑같이 대우해 준 것을 불만스러워했지요. 그러나 밭주인은 “내 것을 가지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오?”(30,15) 하고 반박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주인인양 착각한 채 자신들을 써준 밭주인의 호의는 잊고 자기 몫을 챙기려 한 것입니다.

그들은 하늘나라의 밭주인이신 하느님의 사랑을 자기 생각에 가두고 하느님을 자신이 획득하고 싶은 물질의 도구로 여긴 것입니다.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사람은 유치한 자기 기준으로 하느님을 보려고 하며 계산적입니다. 주는 데에 인색하고 또 주면 준만큼 되돌려 받으려 하지요.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누구든 성실하게 살아가면 공평하게 당신의 사랑을 나누시기를 원하십니다. 때와 장소, 대상에 구애받지 않고, 당신 포도밭에서 충실히 일하기만 하면 넉넉한 품삯을 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사랑과 호의와 배려는 그것을 베푸는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지요. 이것이 하느님의 사랑법입니다.

투덜거리는 사람의 또 다른 문제는 비교에서 비롯된 시기(猜忌)입니다. 밭주인은 그들에게 “내가 후하다고 해서 시기하는 것이오?”(20,15)라고 지적합니다. 포도밭주인은 아침 일찍부터 일자리를 찾는 이들(2절)이든 하는 일 없는 이들(3-6절)이든 차별하지 않고 모두 사랑의 밭으로 부르십니다. 따라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은 그분의 선과 사랑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니 시기하지 말아야겠지요.

아씨시 성 프란치스코는 다음과 같이 권고합니다. "주님께서 자기 형제 안에서 말씀하시고 이루시는 선을 보고 그 형제를 시기하면, 모든 선을 말씀하시고 이루어주시는 지극히 높으신 분 자신을 시기하는 것이기에 하느님을 모독하는 죄를 범하는 것입니다.”(권고 8)

우리 모두 그분께서 주시는 생명과 시간과 온갖 좋은 것들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잣대로 저울질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오직 하느님의 사랑 안에 숨 쉬며 살아감에 감사드리고, 다른 이들을 통하여 드러나는 하느님의 선에 대해 비교하거나 시기하지 말고 함께 기뻐해야겠지요. 사랑을 실천함에 있어서조차 계산하고 대가를 챙기려함으로써 주인이신 하느님을 도구화하고 내 틀 안에 가두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도록 합시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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