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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1005 -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 이기양 요셉 신부님
작성자김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05 조회수1,227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7
10 05 () 가해 연중 제26주간 목요일 복음 묵상


느헤미야기 8,1-4.5-6.7-12
루카복음 10,1-12


이기양 요셉 신부님


<
평화에 이르는 길 >


오늘 복음을 들으면 의문이 생깁니다. 우리는 예수님의 제자를 열두 명으로 알고 있었는데 오늘 복음에는 72명의 제자들을 파견하는 내용이 나오지요. 그렇다면 예수님의 제자들은 12명이 아니라 많을 때는 72명까지 되었다는 말일까요?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다음 세 가지를 함께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72명의 제자 파견에 대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제자의 숫자는 대부분 열둘을 언급하고 있는데 루카 복음만이 72제자의 파견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파견 시의 주의사항이 열두 제자나 72제자 모두에게 같다는 내용으로 봐서 일부학자들은 루카가 임의로 재조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루카의 근본 의도는 예수님께서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사명을 열 두 명의 제자에게만이 아니라 또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었다는 것을 제시하는 데 있습니다.

성경에는 70 혹은 72라는 숫자가 자주 등장하지요. 대홍수 이후 노아의 후손이 세상에 퍼져 새 민족을 이룰 때 70인종으로 나열되어 있고(창세 10), 모세를 부를 때 야훼께서는 이스라엘 원로 70명을 대동하라고 말씀하셨으며(탈출 24,1), 유다의 최고 의회 산헤드린은 70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편 70인역 그리스 성경에는 창세기 10장의 새 민족을 72인종으로 서술하였고, 원로들 역시 72인으로, 또 세계 안에는 72명의 왕자와 72개의 언어가 있다고 쓰여 있습니다.(에녹 317,8;18,2-3;30,2) 따라서 72제자라는 표현에서 72의 의미는 숫자적인 의미보다도 온 세상에 복음을 전하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 우리가 생각할 것은 예수님께서는 먼 길 떠나는 제자들에게 충분한 준비는커녕 아무 것도 가지고 가지 말라고 당부하셨다는 부분입니다.

"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루카 10,4)

잘 준비해서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복음을 선포할 수 있으면 그것이 더 좋을 것 같이 생각되는데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허락치 않으시지요. 제자들이 오로지 의지해야 할 것은 돈도 지팡이도 식량자루도 아닌 하느님이심을 강조하시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예수님께서는 "같은 집에 머무르면서 주는 것을 먹고 마셔라. 일꾼이 품삯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이 집 저 집으로 옮겨 다니지 마라.(루카 10,7)라는 말씀으로 복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복음을 전하는 사람들을 기쁘게 뒷바라지해야 함을 가르쳐 주십니다.

세 번째, 예수님께서는 사도들에게 무엇보다도 먼저 그 집에 주님의 평화를 빌어주라고 가르치십니다.
"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먼저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하고 말하여라.(루카 10,5)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오로지 복음 선포의 의무만을 주셨을 뿐 결실의 의무까지 지우지는 않으셨습니다.
"
그 집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그 사람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 올 것이다.(루카 10,6) 

중요한 것은 세상이 주는 평화와 제자들이 빌어주는 평화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우리 시대 역시 많은 사람들이 평화를 갈구하며 살아가지요. 하지만 사람들은 세상이 주는 평화에만 집착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권력과 재물이 평화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끝없는 갈증만을 가져다 줄 뿐입니다. 우리를 참 기쁨과 평화에로 인도하는 분은 오직 한 분, 예수님이시지요.

"
나는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간다.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 내가 주는 평화는 세상이 주는 평화와 같지 않다. 너희 마음이 산란해지는 일도, 겁을 내는 일도 없도록 하여라.(요한 14,27) 

이런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남자가 도박 때문에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았습니다. 그는 일종의 도박 환자였지요. 손에서 화투짝을 놓으면 늘 불안했고 곧 돈을 딸 것 같은 착각 때문에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늘 딸 것 같은 생각은 어디까지나 착각이었지요. 차차 건강도, 가정도, 그리고 사업 마저도 병들어가게 되었습니다. 화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뜻대로 안 되었지요. 부인은 돈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해야 했습니다. 눈물로 호소를 해보기도 하고 이혼을 하자고 협박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지요. 도박 자체가 병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부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밤낮으로 예수님께 매달리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이 구제불능의 친구가 어느 성령 세미나에 참석해서 그 몹쓸 병을 고치는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믿지도 않는 사람이 은혜를 받은 것이었습니다. 묘한 일이었지요. 손에서 화투짝을 떼면 생 자체에 아무 의미를 못 느끼고, 손에 화투가 있어야 살 맛을 느꼈던 사람이 이제 그 헛된 평화에서 벗어나 참된 평화를 찾았던 것이지요. 그는 차츰 건강을 찾고 일할 의욕도 찾았으며, 가정에는 웃음꽃이 피어났습니다. 이웃과도 화목하게 되었지요. 믿음이 평화를 가져왔고 평화는 어둠을 몰아냈습니다. 예수님께서 평화를 주셨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72제자에게 복음 선포의 자세를 가르치시며,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참 평화를 빌어줄 것을 사명으로 주십니다. 제자들을 통해 전해진 이 복음을 우리는 받아들였고, 하느님의 평화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지금, 이곳에 있는 우리에게도 복음 선포의 일꾼이 되어야 한다는 사명을 말씀과 함께 주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기양 요셉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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