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10.10."필요한 것은 한 가지 뿐이다."_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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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송문숙 | 작성일2017-10-10 | 조회수1,045 | 추천수1 | 반대(0) 신고 |
루카 10,38-42(연중 27 화)
이 가을, 기도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고, 그러면서도 홀로 고요하고 싶은 계절입니다.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가 떠오릅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오늘 <복음>은 예수님 일행이 예루살렘으로 가던 중, 마르타의 집을 방문했을 때 있었던 일을 들려줍니다. 오늘 <복음말씀>의 핵심은 마지막 구절의 예수님의 말씀에 있습니다. “마르타 마르타야! ~필요한 것은 한 가지뿐이다. ~ 그리고 그것을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루카 10,41-42)
그렇습니다. 결코, 빼앗겨지지 않는 그 무엇이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그러니, 먼저 우리는 ‘결코 빼앗기지 않을 것을 지니고 있다’는 이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할 일입니다. 지금 예수님께서는 죽으시러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길에 베타니아에서 이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께서는 “아무도 빼앗지 못할 기쁨”(요한 16,23)에 대해서도 말씀하실 것입니다. 이처럼, 결코 ‘빼앗기지 않을 그 무엇’, ‘아무도 빼앗지 못할 기쁨’인 그 무엇이 우리에게는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실상 필요한 한 가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 “한 가지”는 ‘전부’인 하나입니다. 이것 하나만 지니고 있으면, 다른 모든 것을 얻게 되는 “한 가지” 입니다. 그것은 그분께로부터 주어진 것이요, 선사받은 것입니다. 결코 나의 공로로 얻은 것이 아니요, 내가 만든 것, 내가 획득한 것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우리는 ‘이미’ 받았습니다. 그런데, ‘필요한 한 가지’, 결코 ‘빼앗기지 않을 그 한 가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오눌 <복음>에서 세 번 반복되고 있는 “주님”입니다. 그렇습니다. 당신께서 우리의 “주님”이시라는 이 사실, 바로 이것이 우리에게 ‘실상 필요한 한 가지’요,‘전부인 한 가지’ 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코 빼앗겨지지 않는 사실이요, 그 아무도 앗아갈 수 없는, 거부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진정 그러기에, 우리는 이제 더 이상 그 어떤 처지에서도 실망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로지 이 “한 가지”로 하여, 우리는 행복합니다. 이“한 가지”로 이미 더할 수 없는 충만한 행복입니다. 그 어떤 것도 이 행복을 대신할 수 없는 행복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주님이 주님 되시게’ 해 드리는 일입니다. 마치 마리아가 주님의 말씀을 경청으로 주님을 주님 되시게 해 드렸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자신을 주님의 말씀이 이루어지는 장소요 공간으로 내어드리는 일을 해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당신께서 나를 사랑하실 수 있도록 자신을 승복하는 일이요, 동시에 당신께서 나를 섬기시도록 허용하는 일입니다. 당신께서 나를 섬기도록 자신을 허용해드리는 이 일이야말로 바로 진정 당신을 섬기는 일이요, 당신이 주님 되게 해드리는 일일 것입니다. 바로 이 일이 우리에게 실상 필요한 꼭 한 가지요, 그것은 주님을 주님으로 모셔 들이는 일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정한 섬김은 주님을 주님 되시게 해 드리는 일인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도, 정작 하지 않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無爲而無不爲의 단계, 곧 무위(無爲)의 도(道)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하지 않음에도 사실은 전부를 하는 신령스런 도(道)라 할 수 있을 것이다.아멘.
주님! 이 한 가지로 하여,/ 가난을 기쁨으로 살겠습니다. 당신께 속한 자만이/ 진정 가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한가지로 하여,/ 낮추어 섬기겠습니다. 속한 자만인 진정 낮아질 수 있고/섬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음에도/ 전부를 하는 이 신령스런 일이 바로 당신의 소유가 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무슨 일을 하든지/ 실상 필요한 한 가지만, 주님이신 당신을 주님 되게 하는 일, 바로 그 일만 하게 하소서!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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