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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1015 - 가해 연중 제28주일 복음 묵상 - 최인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
작성자김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15 조회수1,352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7 10 15 () 가해 연중 제28주일 복음 묵상


이사야서 25,6-10
필리피서 4,12-14.19-20
마태오복음 22,1-14


최인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


<
배우자로 삼아 주시는 하느님 >


오늘 복음을 읽으면서 어릴 적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열두 번째 생일을 얼마 앞두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는 제 생일잔치를 해 주시겠다고 친구들을 초대하라고 하셨습니다. “네 생일은 윤달이기에, 평생 몇 번 못 찾아 먹을 테니, 올해 윤달 생일을 챙겨주마. 그러니 친구들을 데려와 놀아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친구들을 불러 생일잔치를 해 준다는 것은 그 당시 저희 동네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처음이었기에 친구들 역시 낯설어 했습니다. 누이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었지만, 제가 15녀의 외아들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친구들을 어떻게 초대할 것이며, 어떻게 나의 생일을 멋지게 맞을 수 있을까?’ 어머니께도 기쁨을 드리고, 친구들에게 한 턱 내며 내 체면도 살리고, 위세도 떨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무척이나 고민스러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늘나라는 자기 아들의 혼인 잔치를 베푼 어떤 임금에게 비길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그 임금은 아들의 혼인 잔치를 성대하게 준비해 놓고 종들로 하여금 초대받은 이들을 불러오게 합니다. 그런데 초대받은 이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어떤 자는 밭으로 가고 어떤 자는 장사하러 가고, 나머지 사람들은 종들을 붙잡아 때리고 죽입니다. 이때 임금은 진노하여 군대를 보내어 그 살인자들을 없애버리고 그들의 고을을 불살라 버립니다. 그러고 나서 종들에게 고을 어귀로 가서 아무나 만나는 대로 잔치에 불러오도록 합니다. 그리하여 종들은 거리로 나가 악한 사람 선한 사람 가리지 않고 데려와, 잔칫방은 손님들로 가득 찹니다. 이러한 모습을 둘러보던 임금은 혼인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 하나를 보고, ‘친구여, 그대는 혼인 예복도 갖추지 않고 어떻게 여기 들어왔나?’라고 묻습니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임금은 하인들에게 ‘이자의 손과 발을 묶어서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려라. 거기서 울며 이를 갈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를 마치시며, “사실 부르심을 받은 이들은 많지만 선택된 이들은 적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우리를 당신 자녀로 삼으신 하느님 아버지께서 얼마나 큰 잔치를 우리에게 마련해주실 것인지 상상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하늘나라의 혼인 잔치 비유는 다른 사람이 아닌 바로 나를 위한 비유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내가 하느님의 자녀(아들)이기에, ‘아들을 위한 혼인 잔치’는 바로 ‘내 혼인을 위한 잔치’라는 것을 묵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신부인 나의 배우자는 누구란 말인가?

그 순간 무릎을 치면서 깨달았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의 배우자’가 되어주신다는 것을. 하느님께서 이스라엘 민족을 당신의 배우자로 삼으셨던 것처럼, 하느님께서 성모님을 당신의 배우자로 삼으신 것처럼, 예수님께서 교회를 당신의 배우자로 삼으신 것처럼, 나를 당신의 배우자로 삼으신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뒤로 넘어질 뻔했습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나를 당신의 배우자로 삼으신 하느님께서 기뻐하시며 엄청난 잔치를 베푼다는 것입니다. 이 모습을 오늘 제1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가 아주 상세하게 그려주고 있습니다. ‘만군의 주님께서는 모든 민족들을 위하여 살진 음식과 잘 익은 술로 잔치를, 살지고 기름진 음식과 잘 익고 거른 술로 잔치를 베푸시리라. 모든 겨레들에게 씌워진 너울과 모든 민족들에게 덮인 덮개를 없애시리라. 그분께서는 죽음을 영원히 없애 버리시리라. 주 하느님께서는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눈물을 닦아 내시고, 당신 백성의 수치를 온 세상에서 치워 주시리라.’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잔치입니다. 먹고 마시는 잔치 뿐만 아니라, 묶인 영혼을 해방시켜 기쁨의 도가니로 만들어버리는 잔치! 모든 이들을 살리는 잔치! 이 세상에서 누구도 맛보지 못한 잔치! 하느님께서 나를 당신의 배우자로 삼으시고 베풀어 주시는 향연의 선물!

이제 나의 신분은 달라진다는 것, 하느님의 배우자로서 더 잘 살아야 한다는 것, 갈라지지 않은 일편단심으로 그 분만을 사랑하고, 그 분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 그 분이 원하는 자녀를 수없이 낳고 길러 내야 하는 것 등이 내가 입어야 할 예복임을 묵상합니다. 이 묵상은 끝없이 깊어만 갑니다. 마냥 행복하기만 합니다. 이는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를 당신의 배우자로 삼고자 하는 의지이며, 잔치임을 깨닫습니다. 그 행복의 한가운데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함께 기뻐합시다.


최인각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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