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21 조회수1,542 추천수8 반대(0)

1988년 겨울입니다. 저는 군에서 제대를 하였고, 본당에서 학생들에게 예비자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3이었던 학생이 졸업을 했고, 취직을 했습니다. 교리를 가르쳤던 제게 저녁을 사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친구들과 천마산을 갔었는데 저녁 약속이 있었던 것을 잊어버렸습니다. 당시에는 삐삐도, 핸드폰도 없을 때였습니다. 저는 3시간이나 늦게 약속 장소로 갔습니다. 너무 늦었기 때문에 당연히 그 친구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약속 장소에 있었습니다. 제가 올 줄 알았다고 합니다. 저는 약속시간에 늦어서 미안하기도 했지만, 저를 믿고 끝까지 기다려준 그 친구가 고마웠습니다.

 

2005년 겨울입니다. 저는 캐나다로 연수를 갔었습니다. 처음에 머물던 집이 교통이 불편하고, 추웠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했습니다. 캐나다에서 알던 분이 저를 데리러 와 주신다고 했습니다. 약속시간이 30분 지났는데도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슨 사정이 생긴 줄 알았습니다. 택시를 불러서 새로운 집으로 떠났습니다. 제가 떠난 후 그분은 도착했지만 이미 저는 없었습니다. 나중에 기다리지 않고, 먼저 떠난 것 때문에 서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성격이 급하기도 하지만 저는 누군가를 믿고 끝까지 기다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율법이나 계명으로 구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 합니다. 하느님께 대한 믿음으로 우리는 의롭게 되고, 그 믿음 때문에 우리는 구원을 받는 것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율법이나 계명으로 생각하면 그 친구는 약속 시간이 지났으니 약속 장소를 떠나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율법이가 계명으로 생각하면 약속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제가 장소를 옮긴 것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저를 믿어 주었고 끝까지 저를 기다려 주었습니다. 그 믿음 때문에 저는 그 친구와 더 좋은 만남을 이어 갈 수 있었습니다.

 

목욕탕엘 가면 열탕, 온탕, 냉탕이 있습니다. 온탕에서 열탕으로 가면 당연히 뜨겁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냉탕에서 온탕으로 가면 온탕이 뜨겁게 느껴집니다. 뜨겁다는 것이 상대적인 것이 됩니다. 불가에서는 무엇인가를 취하기보다는 버리라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내가 깨달을 수 있다면 부처도 버릴 수 있다고 이야기 합니다. 예수님의 가르침도 그런 면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습니다.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를 가주라고 하셨습니다.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까지도 주라고 하셨습니다.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율법, 믿음, 실천은 서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뿌리, 줄기, 열매가 하나의 나무를 형성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은 율법을 잘 지킬 것이고, 이웃 사랑을 실천할 것입니다. 다만 상황에 따라서 강조하는 부분은 달라 질 것입니다. 율법에 얽매여서 진리를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믿음의 대상인 하느님을 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믿는다고 하면서 실천은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열매 맺지 못하는 나무는 버려질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농부는 땀을 흘려 농사를 지을 때, 가을의 결실을 기대하기 마련입니다.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하는 작물에 거름을 주고, 물을 주려는 농부는 없기 때문입니다. 믿는다고 하면서 교통법규를 어긴다면 믿음은 있지만 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교통법규는 나와 이웃의 생명을 지켜주는 약속인 것입니다.

 

여러분은 믿음을 통해서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여러분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작품입니다. 우리는 선행을 하도록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창조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선행을 하며 살아가도록 그 선행을 미리 준비하셨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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