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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9주일(전교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21 조회수2,511 추천수7 반대(0)

지난 추석 연휴 중에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동생 수녀님이 어머니를 병원으로 모셨고, 형수님이 병원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셨습니다. 저는 가끔 찾아뵙고, 기도를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어머니는 지난 목요일에 퇴원을 하셨습니다. 대견하면서도 감사한 일이 있었습니다. 어느새 어른이 된 조카가 잠시 시간을 내서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갔습니다. 늘 어린아이처럼 생각했는데 듬직하게 자라준 조카들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부축해서 식당으로 가는데 어머니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괜찮다. 내가 할머니냐!” 어머니는 이미 할머니시고, 곧 증조할머니가 되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할머니냐!’라고 말씀하시니 기력이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 고맙고 감사했습니다.

 

문득 작년에 많이 들었던 노래가 생각납니다. “그대여 아무 걱정 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그대는 너무 힘든 일이 많았죠. 새로움을 잃어 버렸죠. 그대 슬픈 얘기들 모두 그대여, 그대 탓으로 훌훌 털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 없이 꿈을 꾸었다 말해요.”

 

15년 전에 교구 사목국의 교육담당으로 3년간 있었습니다. 교구는 2000년대 복음화 운동을 1992년에 시작하였고, 제가 함께 했을 때는 소공동체 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교구, 지구에서 소공동체 교재를 통해서 복음화에 대한 강의를 하였고, 함께하는 여정을 통해서 예비자 교리를 위한 강의도 하였습니다. 참으로 바쁘게 지낸 3년이었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후배 신부님들이 더 큰 열정으로 사목을 하는 것을 봅니다. 소동동체 운동 25년에 대한 평가를 하였고, 새로운 방법으로 교구와 지구 그리고 본당을 연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강물은 흘러 바다로 가지만, 어딘가에서 새로운 강물이 자리를 채우는 것을 봅니다.

 

2000년 전에 복음을 전하던 사도들이 지금 교회의 모습을 보면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실 것 같습니다. 유럽의 문화와 문명은 바로 교회와 더불어 시작되었고, 성장하였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예수님 때문에 삶의 위로를 얻고 있으며, 예수님 때문에 절망에서도 희망을 찾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는지를 알기 때문입니다. 벽돌은 한 장씩 쌓이지만 아름다운 건물이 되는 것을 봅니다.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모든 것을 아시는 주님께서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 주실 것입니다.

 

제가 사목국에 있을 때입니다. 11월이면 구역장, 반장님들 중에서 복음을 전한 체험사례 발표가 있었습니다. 각 지구의 모임에서 선정된 분들께서 체험사례를 발표하였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자매님은 시집와서 20년 동안 시부모님을 정성으로 섬기고, 아이들에게 헌신하였고, 남편을 사랑으로 대하였습니다. 남편은 결혼 20년이 되는 날에 아내에게 선물을 하나 주었습니다. ‘예비자 교리 신청서입니다. 남편은 아내의 수고와 헌신을 보았고, 그런 아내가 믿는 하느님이라면 자신도 믿고 싶어졌다고 합니다.” 또 다른 자매님의 이야기입니다. “자매님은 동네에 이사 온 사람들이 있으면 작은 선물이라도 가져다주었다고 합니다. 한번은 큰 비가 내려서 동네에 피해가 몹시 컸습니다. 자매님은 손녀를 등에 업고, 피해를 입은 집을 찾아가서 청소를 해 주었다고 합니다. 마침 방송에서 자매님의 모습이 방영되었고, 부산에 사는 며느리와 아들이 왜 그런 일을 하시느냐고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자매님은 아들에게 나는 손녀에게 신앙 교육을 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못 마땅하면 데려가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자매님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성당을 찾았다고 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체계적인 이론 교육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신학적인 지식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주님의 말씀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삶으로 드러내는 것입니다. 향기가 좋은 꽃에는 벌과 나비가 오기 마련입니다.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는 사람들에게는 진리에 목마른 사람들이 오기 마련입니다. 지치고, 아픈 사람들이 찾기 마련입니다.

 

저도 체험이 하나 있습니다. 적성 성당에 있을 때입니다. 가정 방문을 하였고, 태권도 사범을 하였던 자매님을 만났습니다. 자매님께 본당에서 태권도를 가르쳐 줄 것을 부탁하였고, 자매님은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7명이 시작하였지만 나중에는 100명이 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도복을 무료로 주었고, 수녀님께서는 교리를 가르치셨고, 간식도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적성성당 이름이 있는 도복을 입고, 학교에도 가고, 동네에서 놀았습니다. 다른 친구들이 성당을 찾아왔습니다. 교리를 배운 아이들이 세례를 받을 때면 아이들의 가족들도 성당을 찾았습니다. ‘관찰, 판단, 실천이 있다면 결실은 맺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며칠 전,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행복은 좋아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좋아하는 것입니다.’ 짧은 글인데 제게는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 자선을 베푸는 것, 사랑을 나누는 것, 이웃을 위해서 희생하는 것이 좋아하는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꼭 해야 할 일이라면 그 일을 좋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우리의 행복은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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