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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0.24.강론.“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있는 종들!”-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24 조회수1,195 추천수2 반대(0) 신고

 

루카 12,35-38(연중 29 )

 

10월도 저물어 갑니다. 가을도 저물어 갑니다. 이 때쯤 되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란 제목으로 알려지기도 했던 김준엽 시인의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이란 시가 떠오릅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가벼운 마음으로/ '사람들을 사랑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자신 있게/ '열심히 살았다'고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여 살아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느냐'고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얼른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나는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가족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부끄러움이 없느냐'고 나에게 물어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반갑게 대답하기 위해/ 나는 지금 가족의 좋은 일원이 되도록/ 내 할 일을 다 하면서 가족을 사랑하고/ 부모님께 순종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나에게 많은 날들을 지내오면서/ '이웃과 사회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나는 힘주어 대답하기 위해/ 지금 이웃에 관심을 가지고/ 좋은 사회인으로 살아가겠습니다.

 

내 인생에 황혼이 들면/ 나는 내 마음 밭에서/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어 보겠지요.

그러면, 그 때 자랑스럽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겠습니다.

 

이 시는 우리가 지금’, ‘깨어 있게 합니다.

이 시를 쓴 김준엽 시인이 중증뇌성마비로 손가락 하나조차도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아, 펜을 입에 물고 시를 쓰는 시인이라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이 시가 얼마나 절절한 지를 느끼게 됩니다. (그는 뇌성마비 스포츠 종목인 보치아 국가대표선수로 2015년에는 아시아 오세아니아 대회에서는 종합우승으로 금메달을 획득하기도 했고, 2011년에 첫 시집 <그늘 아래서>를 출간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들은 주인을 기다리는 종의 비유는 종말에 관한 비유입니다. 깨어 있음에 대한 비유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있는 종들!”(루카 12,37)

 

깨어있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잠들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을 말하지 않습니다. 잠들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다리고있음을 말합니다. 잠들지 않고 있다고 해서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니 주인이 돌아오면 문을 곧바로 열어 주려고 뜨거운 열망으로 기다리는 이가 깨어있는 사람 입니다. 곧 사랑의 열망으로 임을 그리워하는 것이 깨어있음입니다. 그러니, 임을 희망하는 것이 깨어있음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임을 기다리고, 열망하고, 희망하고 있는가?

 

기다림이 있는 희망은 이미 축복입니다. 그 안에 이미 임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기에, 임을 품고, 임의 뜻 안에서 깨어있을 수 있게 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 깨어있음의 표시를 두 가지로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매고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루카 12,35)

 

허리에 띠를 매고 있어라는 것은 곧 일할 수 있는 자세를 갖추고 있으라는 말씀입니다. 임을 반겨 들여 잘 섬기고 시중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씀입니다.

등불을 켜놓고 있어라는 것은 만반의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라는 말씀입니다. 임이 잘 찾아올 수 있도록 불을 밝혀두고, 임의 얼굴을 잘 볼 수 있도록 비추고 있으라는 말씀입니다. 빛 속에 있어라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빛을 맞이하는 길이라는 말씀입니다.

 

바로 이것이 깨어있음의 의미입니다. 빛으로 준비하고 있는 것, 곧 빛 속에 있는 것, 그것이 곧 깨어있음 입니다.

 

사실 우리는 이미 빛 속에 있는 이들입니다. 그러니 이미 깨어있는 이들 입니다. 그것은 우리 안에 등불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께서 우리 안에서 이미 빛을 밝히고 계시기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진정, 우리가 깨어있을 수 있음은 깨어 계시는 임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 까닭입니다. 아니, 임이 우리에게 시중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임께선 이 순간에도 우리를 휩싸고 돕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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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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