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10-31 조회수2,215 추천수11 반대(0)

어릴 때의 기억입니다. 어머니께서는 목돈을 마련하는 방법으로 계와 일수를 하셨습니다. 계는 일정 금액을 모아서 한 사람에게 주는 것입니다. 목돈이 필요한 사람이 먼저 받습니다.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은 나중에 받습니다.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먼저 받는 사람이 조금 더 낼 것 같고, 나중에 받는 사람은 그보다는 덜 낼 것 같습니다. 일수는 목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을 주고 매일 조금씩 받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일수를 매일 수첩에 표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계와 일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믿음입니다. 이런 믿음이 제도화 된 것이 은행이고, 신용카드이고, 인터넷 뱅킹입니다. 독수리처럼 높이 날지 못하지만, 곰처럼 힘이 세지 못하지만, 사자처럼 용맹하지 못하지만, 표범처럼 빠르지 못하지만 인간이 높은 수준의 문화와 문명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고, 우리의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 세상을 설계하신 분이 있다고 믿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 표현과 방법에 따라서 다양하게 인류의 공동체에 드러난 것이 종교입니다. 우리는 아무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길가의 유리와 구리와 모래가 우연히 수없이 뒤섞여서 스마트 폰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 우연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우주의 나이만큼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류는 문명의 시초부터 삶과 죽음을 설계하는 분이 있음을 인식하였습니다. 그런 인식의 과정이 신화가 되었고, 그것이 인류의 도덕과 가치와 제도로 적용된 것이 종교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사실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 보이는 것을 희망하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보이는 것을 누가 희망합니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립니다.” 예수님께서도 늘 믿음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겨자씨 한 알만한 믿음만 있어도 세상을 변화 시킬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픈 사람을 고쳐 주실 때도 믿음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우리는 믿음을 지키기 위해서, 믿지 못하기 때문에 참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지구를 몇 번씩 죽음으로 몰아 놓을 수 있는 핵무기를 믿음이 없었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기를 쓰고, 온갖 제재를 감수하면서 핵개발을 하는 것도 믿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가 믿음으로 하나가 된다면, 그런 믿음이 현실이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면 바로 이곳에서 하느님나라는 시작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믿음의 가능성을 이야기 하십니다. 바로 겨자씨와 누룩의 이야기입니다. 믿음이 행동으로 옮겨지면 큰 결실이 맺어질 것이라고 이야기 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모습에서 가능성을 보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 제자들은 믿음이 강해졌고, 희망으로 고통과 시련을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갈릴래아에서 시작된 예수님의 하느님나라는 온 세상의 밭에서 결실을 맺게 된 것입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입니다. 우리가 읽는 한권의 책에는 적어도 한 사람의 30년 이상의 노력과 삶이 녹아 있다고 합니다. 100권의 책을 읽는다면 3000년 이상의 지혜와 삶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것이 어디 겨자씨의 결실과 누룩의 결실에 비할 수 있을까요? 10월의 마지막 날을 지내면서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님의 사계절의 신앙을 권하고 싶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겨자씨와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을 내 마음의 정원에 심고 잘 가꾸면 나의 몸이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갈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으면서 하느님 나라의 겨자씨를 우리 마음의 정원에 심었습니다. 기도와 희생, 나눔과 봉사의 거름을 충분하게 주는 분들은 그 마음에 하느님 나라가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의 것들에 관심을 갖고 살다보면 우리 마음에 심어진 하느님 나라의 씨앗은 메마르고, 썩어가게 될 것입니다. 우리 마음에 뿌려진 복음의 씨앗을 잘 키워서 하느님 나라가 나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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