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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04 조회수1,900 추천수10 반대(0)

동성고 예비 신학생반 선발을 위한 면접이 있었습니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물건을 보면 마음이 동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번 면접을 하면서 견신생신(見神生神)’이라는 말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복사를 하면서 신부님들과 가까이 했었고, 신부님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제가 되고 싶은 꿈을 키웠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신부님은 학생들을 따뜻하게 대해 주셨고, 어떤 신부님은 맛있는 것들을 사주셨고, 어떤 신부님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셨다고 합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학생들이 사제가 되는 것을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이었습니다. 사제직이 여러 직업들 중에 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제가 되는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이고, 사제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하나의 직업을 갖는 것을 넘어서 소중한 사명이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였습니다. 이는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사제들이 하나의 직업처럼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소중한 사명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사제가 된다는 것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사제가 된다는 것은 봉사하는 것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사제가 된다는 것은 기도를 많이 하는 것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사제가 된다는 것은 아픈 사람과 함께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기도해야 하고, 인내를 해야 하고, 무엇보다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대답을 하였습니다. 기특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모두들 하느님의 부르심에 라고 응답하여 주님을 닮은 사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사제가 되면 편할 것 같다고 대답을 한 학생도 있었습니다. 학생의 눈에는 신부님들의 생활이 편하게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본당이 있고, 재정적인 여건이 좋고, 신자 분들이 신부님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모든 것들이 갖추어진 것처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사제들의 삶이 편하게 보였다면 그것도 사제들이 좀 더 치열하게 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좀 더 낮은 자세로 신자 분들을 대하고, 지역 사회의 현안에도 관심을 가지고, 가난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입니다. 사제의 삶이 편해 보여서가 아니라, 사제의 삶이 따르고 싶을 만큼 보람 있고, 소중했으면 좋겠습니다.

 

한 학생의 이야기가 제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성당에 가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 드렸습니다. 제가 성당에 다니면서 부모님께서도 냉담을 푸시고 열심히 봉사하셨습니다. 선생님들께서 공부를 잘 하니, 다른 학교를 선택해 보라고 하셨지만, 저는 사제가 되고 싶고, 그래서 선생님들께 제게는 이 길이 더 소중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선생님들 중에는 신자이신 분도 계셔서, 저를 응원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학생의 모습에서 이태석 신부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최양업 신부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글이 새삼 떠올랐습니다.

눈 덮인 길을 걸을 때면

발걸음을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오늘 당신이 걸어가는 그 길이

뒷사람에게는 이정표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踏雪野中去 不須胡亂行 今日我行跡 遂作後人程)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도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초대를 받거든 끝자리에 가서 앉으십시오. 그러면 당신을 초대한 이가 와서 더 앞자리에 앉으시오.’ 할 것입니다. 그때에는 함께 있는 모든 사람 앞에서 영광스럽게 될 것입니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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