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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1104 -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복음 묵상 - 장현우 안드레아 신부님
작성자김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04 조회수1,186 추천수0 반대(0) 신고

 


2017
11 04 () 가해 연중 제30주간 토요일 복음 묵상


로마서
11,1-2.11-12.25-29
루카복음 14,1.7-11


장현우 안드레아 신부님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오늘 주님께서는 바리사이들의 지도자 가운데 한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아 가십니다. 그곳에 초대를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바리사이들이었을 것입니다. 바리사이들은 스스로를 율법에 충실한 경건한 사람으로 여기며, 율법을 모르는 일반 백성들과는 구분되는, 하느님께 성별 된 사람들이라는 자부심이 강한 이들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이들은 서로 저마다 잔칫상의 윗자리를 차지할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이에 예수께서는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에는 자신보다 높고 귀한 사람들이 많음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낮추는 겸손한 자세를 가지도록 당부하십니다. 남들보다 뛰어나 보이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오히려 남들을 높여 줄 수 있는 겸손함을 지니라고 말씀하십니다.

겸손은 자신의 능력을 솔직하고 정확하게 인정하고, 그러한 능력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포장하거나, 그 능력이 자기 스스로 이루어 낸 것이라고 착각하는 순간, 자만심에 빠져버립니다. 이러한 교만은 남들 위에 서려하게 되고, 우월감에 빠져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다른 사람들이 지닌 능력들을 자신의 잣대로 판단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낮춘다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하찮은 것으로 여긴다는 말도 아닐 것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때, 스스로에 대해 절망하게 되고, 열등감에 휩싸여 버립니다. 남들의 뛰어난 부분들만을 바라보며, 자신이 가지지 못한 능력들을 동경하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저주하고, 세상과 하느님을 탓하며, 자포자기하게 됩니다.

이렇게 자신을 낮추는 것은, 자만심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의 능력을 인정해 주는 것이지, 자신을 경멸하고, 열등감을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앞에서는, 어떤 능력이 더 소중하고, 어떤 능력은 덜 소중한 그런 구분이 없습니다. 우리의 어떠한 능력도 주님께서 주신 달란트이며,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소중한 선물들입니다.

자신의 능력에 도취되어, 하느님과 이웃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하느님의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고,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를 인정하지 못합니다. 또한 스스로를 단죄하고, 비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하느님의 사랑과 용서에 대한 희망이 사라집니다. 이렇게 참된 겸손을 갖추지 않고서는, 주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바라보지 못합니다.

남과의 비교에서 생기는 우월감과 열등감 때문에 서로 상처 주고 상처 받기보다는, 서로의 고귀함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어야 합니다. 우리를 창조하시고 생명을 불어 넣어 주신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너무나 사랑하십니다. 유다의 배반을 미리 아시고도, 그의 발을 씻어 주시고,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누어 주신 주님께서는, 당신의 손과 발에 못을 박고, 침을 뱉는 이들까지 용서하시고, 오히려 그들을 위해 기도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주님께서는 내가 경멸하고 무시하는 그 사람도 애틋한 사랑으로 바라보시고, 나 스스로조차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나를 지극히 사랑해주십니다.

하느님 앞에 아무 가진 것 없고, 하느님께로 나아가는데 더딘 불구자 절름발이 같은 우리를, 하느님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소경 같은 우리를, 언제나 당신께 “나중에”라고만 말하며 외면해 버리는 우리를, 급할 때만 당신께 매달리며 하소연하는 우리를, 하느님께서는 끝까지 사랑해주시고, 결코 외면하시지 않으십니다. 당신의 그 사랑에 대해 도저히 갚을 능력이 없는 우리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시고, 인정해 주십니다.

우리 죄 많은 인간들을 위해 스스로를 낮추시어 사람이 되신 주님께서는, 아무런 보상도 바라지 않고, 당신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이러한 주님의 겸손한 사랑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때, 우리는 남들 위에 서려하지 못하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을 실천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 자신을 높여주시리라는 기대마저도, 주님께서 갚아 주실 대가마저도 바라지 않고, 이웃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자신을 높여주기를 바라며 스스로를 낮추는 것은 겸손을 가장한 교만이며, 남을 높여주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것이 바로 참 겸손일 것입니다.


장현우 안드레아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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