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1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05 조회수2,092 추천수8 반대(0)

지난 목요일은 위령의 날이었습니다. 저는 용인의 성직자 묘지엘 다녀왔습니다. 먼저 하느님의 품으로 가신 신부님들을 위해서 기도했습니다. 저를 신학교에 추천해 주신 신부님의 묘소도 찾아보았습니다. 우리는 모두 저 앞에 계신 신부님들처럼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죽음은 우리를 먼지로 돌아가게 하는 허망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죽음은 우리를 또 다른 세상으로 안내하는 문입니다. 현재의 삶이 충실한 사람은, 이웃을 사랑하고 자비를 베풀었던 사람은 천국의 문으로 들어갈 것입니다. 현재의 삶에 성실하지 못한 사람은, 자신만을 생각하고, 불평과 불만을 일삼았던 사람은 또 다른 문으로 들어 갈 것입니다.

 

버나드 쇼는 묘비명에 이렇게 적어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막 살더니 이럴 줄 알았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삶을 살았지만, 늘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적어 달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묘비명을 적는다면 저의 서품성구를 적고 싶습니다.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은 기쁨으로 곡식을 얻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하신 분이시니, 충실하게 살았던 이들에게는 보답을 주실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고 싶었고, 주어진 삶에 결실을 맺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은 언제가 나가올 그날에 어떤 묘비명을 적고 싶으신지요?

 

단테는 신곡에서 지옥과 연옥을 아주 처절하게 묘사하였습니다. “미식가들은 더러운 것들을 마구 먹어야만 합니다. 낭비와 탐욕을 일삼던 사람들은 결코 재산을 손에 넣지 못하는 곳으로 갑니다. 증오심에 불타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고,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들은 쉴 새 없이 피가 흐르는 강 속으로 빠지며, 뜨거운 사막 위를 걸어야 합니다. 인생을 괴로움 속에 빠뜨렸던 위선적인 사람, 재산을 약탈한 사기꾼들과 탐욕스러운 횡령꾼들이 펄펄 끓는 기름 가마 속을 떠다니게 됩니다.” 그런 지옥과 연옥이라면 절대고 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도록 묘사한 것 같습니다. 연옥은 지옥과 상황은 똑같지만 딱 한 가지만 달랐다고 합니다. 연옥에 있는 사람은 천국으로 갈 수 있는 희망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희망 때문에 참고 견딜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죽은 이들을 위해서 기도하는 것은 바로 연옥 영혼들이 위로를 얻고, 천국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성서 말씀은 우리가 천국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오늘의 제1독서는 바로 공정의 길, 하느님의 길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의 지도자들은 공정의 길, 하느님의 길을 가지 않았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너희는 길에서 벗어나 너희의 법으로 많은 이를 넘어지게 하였다. 너희는 나의 길을 지키지 않고 법을 공평하게 적용하지 않았다.’ 하느님의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축복과 은총을 받을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겸손한 사람이 하느님께로 갈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 예전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생선을 담은 종이에서는 생선 비린내가 나고, 장미꽃을 담은 종이에서는 꽃향기가 납니다. 사람의 자리는 그가 지녔던 직책과 능력이라는 포장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사람의 자리는 그가 보여주었던 겸손과 사랑이라는 내용이 중요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바로 이와 같은 겸손과 사랑이 하느님께로 갈 수 있는 길임을 말씀하십니다.

 

오늘의 제2독서는 겸손과 사랑은 그 행실로 드러나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우리의 수고와 고생을 잘 기억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일하면서, 하느님의 복음을 여러분에게 선포하였습니다.’

 

우리들은 지금 어느 길을 가고 있는지 돌아보아야 하겠습니다.

신앙인들이 가야하는 길은 바로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길,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길입니다. 그 길은 교만한 사람, 자신의 짐을 남에게 지우려는 사람, 위선과 욕심이 가득한 사람은 결코 갈 수 없는 길입니다. 밤낮으로 열심을 일하는 사람, 높은 자리를 탐내지 않고 낮은 곳에서 주님을 섬기는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길입니다. 내가 걸어온 발자국에 겸손과 사랑, 희생과 십자가가 찍혀있다면 그 길은 주님의 길입니다. 내가 걸어온 발자국에 욕심과 교만, 위선과 가식이 찍혀 있다면 그 길은 주님께서 바라시는 길이 아닙니다.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잘 모르지만 우리가 걸어온 발자국을 보면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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