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어떤 이가 잔치에 많은 이를 초대한다. 그런데 초대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핑계로 참석을 거절한다. 게다가 양해가 어찌 어색하다. “밭을 샀는데 그것을 봐야 하오.” 보지도 않고 밭을 살 수가? “겨릿소 다섯 쌍을 샀는데 그것들을 보려고 가는 길이오.” 소를 열 마리나 사면서 꼼꼼히 살피지 않는 이가 어디 있을까? “나는 방금 장가를 들었소. 그러니 갈 수가 없다오.” 모두 다 핑계이다. 초대한 이를 다들 우습게 여긴 게다.

초대받은 이들이 둘러댄 핑계는 정말 다양하다. 밭과 소를 샀고, 방금 장가들어서 갈 수가 없다나. 밭은 소유물이요, 소는 생활 꾸리는 기술이나 직장이다. 장가든다는 건 가정 중심의 생활일 테다. 물론 이 세 가지 다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하다. 세례 받은 우리도 ‘하느님 잔치’에 이미 초대받았다. 그러니 막상 잔치에 참석하여 기쁨을 나누느냐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의 행동이다. 우리 역시 ‘이런저런 핑계’를 대서는 안 된다.

유다인들은 선택받은 백성이란다. 그러나 정작 주님 초대에는 그 어떤 핑계로 응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역시 그럴싸한 핑계로 살기에. 교회 일을 부탁받으면 피하려만 든다. 할 수 있는 봉사도 바쁘다는 핑계뿐이다. 할 수 없는 게 아닌 그저 피하고 싶은 거다. 우리도 하늘나라의 잔치에 참여할 이다. 그 자격을 이미 얻었다. 그러니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할 게다. 그게 ‘구원으로 가는 길’이다.

하늘나라의 문은 열려 있어 누구나 들어간다. 유다인 그들만이 초대받았다지만 주님께서는 모든 이가 개방되어 있단다. 그게 예수님의 지상 순례의 목적이셨다. 처음에 초대받은 이들은 모두 하찮은 이유로 거절했다. 그들은 현실의 삶을 핑계 대면서 불참한 거다. 잔치 베푼 이의 초대를 무시한 거다. 이렇듯 ‘구원의 장애’는 핑계일 게다.

예수님 당대에도 여차하면 반대할 구실만 찾았나보다. 예수님 능력과 기적을 보면서도 엉뚱하게 대들었다. 한쪽만 본 편견이었다. 구원의 잔치를 거절한 것이었다. 우리 역시 핑계를 만들며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성당 일을 부탁받으면 그 어떤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피하려고만 들고, 봉사 부탁에는 꼭 난처한 표정이 되는 건 정말 아닌지?

우리도 언젠가 하늘나라의 잔치에 참여해야 한다. 세례로 이미 그런 자격을 얻었다. 그것은 순전히 ‘어떻게 해서라도 들어오게 하여, 내 집이 가득 차게 하여라.’라는 주님 그 사랑 때문일 게다. 그러므로 ‘자격에 어울리는’ 이답게 살아야만 한다. 그러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만 하리라. 불공평도 받아들이고, 억울함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산다면 ‘구원의 힘’은 반드시 우리 삶을 격상시키리라. 그렇지만 세상 삶이 다 중요해도 하느님 따르는 것보다 결코 앞설 수 없다. 하느님 잔치에 참여하여 기쁨을 나누는 것을, 우리 삶에서 가장 우선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