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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08 조회수1,747 추천수6 반대(0) 신고

 



무거운 삶의 십자가 앞에서



한 기도 모임을 주재하러 갔다가, 모임에 참석하신 형제 자매님들의 얼굴을 천천히 둘러본 적이 있습니다. 표정들을 살펴보니 참으로 안쓰러운 마음을 감출길 없었습니다. 다들 지고 계신 십자가의 무게에 눌려 무척이나 힘겨운 모습들이었습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아무리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는 십자가들이 있습니다. 백번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는 억울한 사건, 난 데 없이 다가온 정말 원치 않은 불행, 도무지 수용하기 없는 고통이 있습니다.


...

이런 십자가 앞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십자가에 대한 긍정적 수용과 하느님을 향한 깊은 뿌리 내리기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왕 다가온 십자가 너그럽고 기쁜 마음으로 지고가는 것이 정답입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복음 14장 27절)


교회 역사 안에 영성의 대가들 가운데 특별한 분들이 계셨습니다. 어떤 성인들은 일부러 고통을 찾고 십자가를 짊어지기도 했습니다. 예로니모 성인 같은 경우 자신의 부족함과 죄에 대해 얼마나 죄책감이 들었으면, 하루 해가 저물 때 마다 참회의 표시로, 주먹만한 돌맹이로 자신의 가슴을 내리쳤답니다.


돈보스코의 제자 도미니코 사비오 성인같은 경우도 어린 시절부터 예수님의 수난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고행을 많이 했습니다. 잠자리에서조차 예수님의 고통을 생각하기 위해, 침대요 밑에다가 돌맹이들을 깔고 잤답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돈보스코는 사비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비오야, 성인이 되기 위한 다른 좋은 길도 많은데, 왜 하필 그리 고통스런 방법을 선택하느냐?” 그러면서 아주 쉬운 성인이 되는 길을 가르쳐줍니다. 고통 속에서도 항상 기쁘게 지낼 것. 매일의 작은 의무에 최선을 다할 것. 교회 안의 성사들, 특히 성체성사와 고백성사에 충실할 것.

돈보스코의 조언을 들은 사비오는 성화의 방식을 바꾼 다음, 아주 쉽게 성덕의 정상에 올랐습니다. 현대 영성 안에서는 더 이상 사서 고생하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수시로 다가오는 고통과 십자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열심히 매일 운동하고, 올바른 식습관으로 식사하고, 근심걱정 물리치고, 그래서 건강하게 이 세상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


그 대신 이 세상 살아가다보면, 나이를 조금씩 먹어 가다보면, 하나, 둘, 원치 않은 십자가들이 찾아옵니다. 그 순간은 드디어 평소 쌓아온 실력을 발휘할 때입니다. 자신에게 다가온 십자가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때입니다. 자신에게 다가온 십자가를 주님께서 주신 십자가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 십자가를 통해 영적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십자가 영성의 핵심입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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