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연말이 되면 교우 분들께서 ‘교무금’을 많이 내 주셨습니다. 바쁜 일상에서 잊고 지냈던 교무금을 내 주셨습니다. 형편이 어려웠던 분들도 본당의 재정을 위해서 교무금을 내 주셨습니다. 빠듯한 본당의 재정도 잠시 여유가 생기곤 했습니다. 본당의 재정은 교우 분들의 헌금과 교무금으로 유지됩니다. 본당은 교구 납부금, 급여, 단체 지원비, 광열비, 감가삼각비, 사제와 수도자 생활비 등으로 재정을 꾸려나갑니다. 그러나 꼭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선 찬조비’입니다.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기도 하고, 타교구의 어려운 본당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것이 ‘십일조’의 정신입니다.

가끔씩 ‘감사헌금’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좋은 일이 있을 때, 먼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마음으로 헌금을 하시는 분들입니다. 자녀가 취직을 해서, 대학에 합격을 해서, 손자가 태어나서, 생일이어서, 병원에서 퇴원을 해서, 새로이 집을 장만해서와 같이 좋은 일들이 생기면 어김없이 감사헌금을 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에게 재물은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유익한 도구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재물 때문에 분란이 생기는 것을 보기도 했습니다. 부모님의 유산을 가지고 형제들이 법정에 서는 것을 볼 때도 있었습니다. 부당한 재물을 얻기 위해서 친구를 속이고, 형제를 속이고, 양심을 속이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그 끝은 늘 좋지 않았습니다. 재물을 가지고 도박을 일삼거나, 지나친 음주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도 보았습니다. 그분들에게 재물은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백해무익한 도구일 뿐입니다. 우리에게 재물은 하느님을 섬기는 유익한 도구가 되는지, 하느님과 멀어지게 하는 해로운 도구가 되는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

명심보감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선한 일은 아주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하고, 악한 일은 아주 작은 일일지라도 하지 마라!’ 잠시 마음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해준 짧지만 좋은 글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도박 때문에 큰돈을 잃는 사람은 없습니다. 작은 돈일지라도 습관이 되면 나중에 큰돈을 탕진하게 됩니다.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도둑이 된다.’고 합니다. 이것역시 작은 것들이 나중에 한 사람의 인격을 그릇된 길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성당에 나오지 않는 분들 중에서 커다란 이유 때문에 성당에 나오지 않는 분도 있지만 많은 분들은 작은 이유 때문에 성당에 나오지 않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서 아는 사람들이 없어서 성당에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고, 어쩌다 한번 주일 미사를 빠졌는데, 그 뒤로 성당에 나가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학교 공부 때문에 성당에 빠지는 경우가 생기고, 나중에 대학에 가서도 성당에 나오지 않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아주 작은 일에 성실한 사람은 큰일에도 성실하고, 아주 작은 일에 불의한 사람은 큰일에도 불의하다.” 오늘은 본당에서 있었던 일을 나누고 싶습니다. 새벽미사를 마치고 교우들과 인사를 하였습니다. 할머니 세분은 집에 가지 않으시고 성당에 남으셨습니다. ‘할머니 집에 안 가세요?’라고 말씀 드리니, 할머니들께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조금 있으면 장례미사가 있으니, 성체 조배를 하다가 장례 미사 할 겁니다.’ 병원에서 연도할 때도 그런 어르신들을 봅니다. 연도를 다 하셨는데, 제가 오니까 저와 함께 또 다시 연도를 바치는 것을 보았습니다. 잠깐 쉬셔도 되는데, 그냥 가셔도 되는데, 성체 조배를 하시고, 연도를 바치는 분들에게서 하느님께 대한 열정을 배웠습니다.

혼인할 때 약속했듯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성공 했을 때나, 실패 했을 때나, 하느님께 대한 신앙은 흔들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