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2주간 월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13 조회수2,066 추천수10 반대(0)

보좌 신부로 지낼 때의 일입니다. 새벽미사를 하는데 그만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한 마음으로 제의실에서 신부님의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수녀님에게 뜻밖의 말씀을 하셨습니다. “조 신부는 미사에 늦을 사람이 아닙니다. 오늘같이 늦을 경우에는 미리 전화를 해서 신부님께 연락하세요.” 저를 믿어주시는 신부님의 마음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본의 아니게 신부님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던 수녀님께는 미안함이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 피정을 가시거나, 여행을 가시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본당의 미사를 다 했습니다. 저를 믿어 주신 신부님이 고마웠기 때문입니다.

 

종교가 없는 가정에서 종교를 선택하려고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엄격한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이왕 종교를 가지려면 천주교를 믿어라!” 이 말은 천주교회가 한국사회에서 많은 신뢰를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비자 교리를 하면서 예비자들에게 성당에 오게 된 이유를 물어 볼 때가 있습니다. 성당에 다니는 분들이 선교를 해서 온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성당에 다니는 친구들이 열심히 살고, 성당에 오라고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진실해 보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종교가 없었을 때도, 이왕에 종교를 가지려면 천주교회를 택하겠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것은 사제들을 비롯해서, 천주교회에 다니는 신앙인들이 좋은 모범을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도 솔선수범을 하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기쁘게 하기 때문입니다. 조용하고 엄숙한 천주교회의 분위기는 분주하고, 바쁜 현대인들에게 삶의 안식과 평화를 주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보좌 신부로 지낼 때의 일입니다. 지구의 초등부 주일학교 지도신부를 했을 때입니다. 모임이 조금 늦어져서 본당에 오니 11시가 넘었습니다. 저는 사제관 문을 열려고 했는데 안 열렸습니다. 본당 신부님께서 빗장을 걸어 놓으셨습니다. 저는 할 수 없이 문을 두드렸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문을 열어 주시면서 지금 몇 시인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미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속으로는 신부님도 시계가 있을 터인데 왜 내게 시간을 물어보시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께서 저를 믿어 주시고 늦었네, 무슨 일이 있었나?”라고 물어 보셨으면 저는 이유를 말씀드리고, 다음부터는 좀 더 일찍 다니겠다고 말씀 드렸을 것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종교가 천주교회일지라도, 우리들이 모범을 보이지 않고, 충실하게 살지 않으면 사람들은 천주교회가 아닌 다른 종교를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있으면 칼 날 위에서도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아무리 넓은 방이라도 쉽게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때로 저를 믿어 주는 분들에게 말과 행동으로 실수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도 저와 함께 하는 분들을 끝까지 믿어주지 못한 적도 있었습니다. 말과 행동은 좀 더 신중해야 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0.1%의 가능성만 있어도 상대방을 믿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끝까지 믿어 주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 사람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모르고 있습니다.” 제자들에게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여러분들에게 겨자씨 한 알만 한 믿음이 있다면 산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부활하신 후에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셨습니다. 배반한 제자들을 야단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제자들에게 평화를 빕니다.”라고 축복을 해 주셨습니다. 용서는 믿음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용서와 믿음은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용서와 믿음은 본인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용서를 하면 마음에 생겼던 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을 믿어주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특별히 이렇게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이를 용서하듯이, 우리 죄를 용서해 주소서!” 용서는 베푸는 것이 아니라, 용서는 나를 구원에로 이끄는 힘이기 때문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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