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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16 조회수2,051 추천수6 반대(0) 신고

 

제게 부족한 점은 무엇인가요?



오래 전 벨기에 국왕 부부께서 방한하셨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당시 우리나라에는 벨기에 출신 선교사 신부님께서 활동하고 계셨는데, 국왕 부부는 매일 새벽 미사를 위해 저희 신부님을 숙소로 초대하셨습니다. 매일 새벽 아주 경건한 태도로 미사를 봉헌하면서 나라와 백성들의 평화와 행복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는 모습은 제게 정말이지 충격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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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교회 역사 안에 등장한 왕이나 왕비, 대통령이나 총리, 영부인 같은 분들이 기본적인 품위나 인성을 갖추지 못함으로 인해 민초들이 겪은 고통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습니다. 반대로 친절하고 온유하며, 따뜻하고 배려심 많은 분들, 특히 신심깊은 그리스도교 신자의 등장으로 인해 백성들이 받은 위로와 행복은 참으로 큰 것이었습니다.

스카치 위스키로 유명한 스코틀랜드 지역에서 크게 존경받는 성녀가 한 분 계시는데, 그분은 바로 스코틀랜드의 성녀 마르가리타(1046~1093)입니다. 그녀의 가족력은 참으로 특별했습니다. 아버지는 잉글랜드 국왕이었으며, 어머니는 헝가리 공주였습니다.


마르가리타의 가족은 잔인한 정복자 윌리암의 군대를 피해 배를 타고 도주하다가 스코틀랜드 연안에서 파선되지만, 맬콤 3세 국왕의 호의로 구조됩니다. 왕은 품위있고 아름다운 마르가리타에게 마음이 사로잡혔으며, 둘은 1070년 던펌린 성에서 백년가약을 맺게 됩니다.


맬콤 3세 국왕은 선량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거칠고 무례했습니다. 예의 바르고 온유했던 마르가리타는 즉시 남편을 어질고 품격있는 국왕으로 재창조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짰습니다. 언제나 친절하고 자상하게, 그러나 때로 단호하고 엄격하게 남편을 교육시키고 조언을 거듭했습니다.


아버지와 함께 헝가리로 유배된다든지, 전쟁을 피해 망명한다든지, 어린 시절부터 인생의 갖은 풍파와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마르가리타여서 그런지 신앙심이 대단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몸에 밴 기도와 단식, 고행을 나이들어서도 계속했습니다.


가난하고 버림받은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아주 각별했습니다. 가톨릭 교회에 대한 사랑도 극진했습니다. 당시 극에 달한 성직 남용과 성직매매를 방지하기 위한 교구 시노드를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여러 아름다운 성전을 건립해 하느님께 봉헌했습니다. 때로 사제복을 손수 만들어 가난한 사제에게 선물로 건넸습니다.


또한 마르가리타는 왕비인 동시에 어머니였습니다. 그녀와 맬콤 3세 국왕은 슬하에 여섯 명의 아들과 두 명의 딸을 두었습니다. 그녀는 자녀들의 신앙교육 뿐만 아니라 학문 교육까지 손수 지도하고 감독했습니다. 그녀는 집안 일, 자녀 교육, 나라일, 교회 일로 언제나 눈코 뜰새없이 바빴지만 영성생활, 기도생활에 있어서도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었습니다.


마르가리타는 나라 일, 세상의 일, 교회의 일에 깊은 관심을 갖고 개입했었지만, 동시에 세속과는 언제나 한 걸음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부족한 시간을 쪼개 성경을 통독했습니다. 자주 깊은 묵상과 관상기도에 침잠했습니다. 늘 부족하게 느껴지는 영성생활에 좀더 시간을 투자하기 위해 식사는 아주 검소하고 했고, 수면시간까지 줄였습니다.

마르가리타는 때로 한 밤중에도 일어나 궁내 성당으로 가서 날이 샐 때까지 기도에 골몰하곤 했습니다. 매일 아침 미사를 빼먹는다는 것은 그녀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마르가리타가 놀랍게도 겸손의 덕까지 갖췄습니다. 그녀는 종종 고해 사제에게 이런 질문을 건넸습니다.“신부님, 제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가요? 제가 좀 더 노력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요? 언제든지 솔직히 제게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르가리타의 선행과 따뜻한 마음이 널리 알려지자, 그녀가 공공 장소에 나타나면 즉시 수많은 백성들, 특히 걸인들에게 나타나 그녀를 둘러 쌓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싫은 기색하지 않고 그들을 살뜰히 챙겼습니다. 그녀가 9명의 고아와 24명의 걸인들에게 먼저 식사를 제공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식탁에 앉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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