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2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18 조회수2,454 추천수10 반대(0)

지하철 3호선 약수 역에서 좋은 시를 보았습니다. 오늘은 그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가고 오지 않는 사람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가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이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됩시다.”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갈증을 풀어주는 시원한 약수와 같은 글이었습니다. 신앙인이라면 가져야 할 삶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사랑하고, 더 오래 기다려준다면 힘들고 어려워도 바로 그런 곳이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바로 그런 곳이 하느님의 나라입니다.

 

원고 청탁을 받았습니다. 1년 동안 잡지에 글을 써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잡지이고, 글을 부탁한 분과도 오랜 인연이 있었기에 기쁜 마음으로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힘들 일도 있을 것입니다. 편집과 수정도 있을 것이고, 좀 더 깊이 샘을 파라는 요구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습니다. 1년은 지나갈 것이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저 역시 영적으로 다듬어 질 것입니다.

 

신자분들이 제게 부탁하는 것들은 몇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자녀들의 혼배 주례를 부탁하기도 하고, 미사를 부탁하기도 하고, 축성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가끔 글을 부탁하기도 하고, 강의를 부탁하기도 하고, 면담을 부탁하기도 합니다. 별일이 없으면, 제가 할 수 있으면 그런 부탁을 들어 드리는 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간절히 청하면 들어주실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시고, 사랑이 크시기 때문입니다. 많은 경우에 우리가 미안해서, 양심에 부끄러워서 하느님께 청을 드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바로 그런 말씀을 하십니다.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거리시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이 세상은 하느님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착각하는 것입니다. 내 남편, 내 자녀, 내 집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러기에 그것들을 상실하면 화가 나고 상처를 받습니다. 우리는 잠시 소유한 모든 것들을 내려놓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기에 잠시 나에게 맡겨 주신 것들에 대해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나와 함께 하는 가족, 이웃, 물건들에 대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정화시키고, 심판하시는 것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성령의 은사를 받아들여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우리가 함께 나눈다면, 우리가 말씀을 가슴 속에 담고 산다면 세상의 마지막 날 이 온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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