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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19 조회수1,954 추천수5 반대(0) 신고

 

 

청할 것과 청하지 말아야 할 것



요즘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18년, 20년 동안 친 아들, 친 딸 처럼 애지중지 키우던 애완견들과의 사별이 너무나 슬퍼, 어떤 견주들은 돌아가신 그들을 위해 은근슬쩍 세례명까지 붙여 연미사를 넣는 사람들이 있다는군요^^


그렇게까지 하는 그분들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이 세상 살아가면서 그 누구도 그 강아지처럼 큰 기쁨을 준 존재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귀를 쫑긋 세우며, 그저 나만 바라봐주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저 하염없이 나만 기다려준 녀석과의 사별은 너무나 큰 상실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뜬 강아지들을 위한 연미사는 봉헌하시면 안됩니다. 연미사는 오로지 하느님의 모상인 우리 인간들, 이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소중한 가치인 영혼의 소유자인 우리 인간들만을 위한 은총의 선물이기 때문입니다.


제단에 올라오는 다양한 청원들을 바라보며, 청원에 있어서도 세심한 식별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마치 개념없는 일곱 살 아이처럼 무턱대고 이것 저것 하느님께 졸라대기만 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하느님 눈에 그리 예뻐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우리에게 사막의 성자 샤를르 드 푸코 신부님의 생애는 참으로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그는 휘황찬란한 도심을 떠나 깊은 사막으로 들어가 기도에 전념하던 중 한 가지 중요한 깨달음에 도달했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드리는 청원 가운데 많은 것들이 그릇된 청원이라는 것, 그분께 청할 것이 있고 청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청할 것은 무엇이고, 청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식별할 수 있는 능력을 터득하였습니다.


그 깨달음 이후 샤를르 드 푸코 신부님은 더 이상 자신의 건강과 안위, 자신의 성공과 개인적인 청을 드리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대신 모든 것을 주님 손에 맡겼습니다. 자신 앞에 펼쳐지는 그 어떤 것이든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다짐했습니다.


샤를르 드 푸코 신부님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간절한 청원 기도 두 가지를 드렸는데, 첫째, 나자렛의 예수님을 따라 철저하게 잊혀지고 숨겨진 삶을 살기를 청했습니다. 그리고 두번째, 순교의 월계관을 청했습니다.


샤를르 드 푸코 신부님께서는 얼마나 간절히 두 가지 기도를 바쳤던지, 마침내 사하라 사막의 영웅적인 순교자로 역사에 길이 남게 되었습니다.


“‘벗을 위해 자기 목숨을 바치는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고 말씀 하신 주 예수님, 저는 마음 속으로부터 제 목숨을 당신께 바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매순간 제 뜻이 아니라 당신의 뜻을 찾습니다. 당신께 제 목숨을 바칩니다. 저를 살리시던지 죽이시던지 당신 좋으실데로 하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리스도인으로서 가장 영예로운 목표, 즉 순교자가 되기를 열렬히 청합니다.”(샤를르 드 푸코 신부)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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