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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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와 함께 마음을 나눌 여러분...- 살레시오회 토토로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21 조회수1,333 추천수1 반대(0) 신고

 

전철을 탔습니다. 주일이지만 많은 분이 전철을 탔습니다. 같은 량에 탄 분들을 둘러봅니다. 전부 난생 처음 보는 분들입니다. 우리나라 어딘가에서 살지만 만날 기회가 없기에 서로의 존재도 모르던 분들을 비슷한 시간 같은 열차에서 만났습니다.


같은 시간 같은 량에서 만난 사람들이 제가 탑승한 열차를 타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론 제가 탄 열차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서 외출준비를 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그 칸에 타기까지 그들이 거쳐온 시간의 과정을 머리 속에서 그려보았습니다. 서로 삶의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특정한 시간에 도착하는 특정한 열차칸에 동시에 몸을 싣고 달렸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늘 느끼는 생각인데, 서로와 교감은 없었지만 평생 보고 못 볼 사람들이라는 생각에 왠지 모를 아쉬움이 듭니다. 상대방이 저보다 먼저 열차에서 내리거나, 상대방보다 제가 먼저 내릴 때 '저 사람을 지금 보면 앞으로 평생 볼 일이 없겠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량에 타고 있는 모든 사람과 관계를 맺을 이유는 없지만, 평생 못 볼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당연히 별 뜻 없는 생각이지만 우연히 시간과 열차가 맞아 떨어졌기에 만난 인연인데 너무나 허무하게 헤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긴, 어떤 목적으로 만난 사람과도 그 목적이 사라지면 만나기 힘든데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은 오죽하겠냐 생각합니다.


사실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분들과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 그리고 많은 분들이 저의 묵상글에 관심을 가져 주시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온라인 상에서 많은 분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함께 친교를 나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우연히 인터넷상으로 만났지만, 지금 이 순간에 제 별명인 '토토로 신부'라는 열차칸에 모여 함께 마음을 나누는 것이 행복합니다. 물론 중간에 내리는 분들도 계시지요. 가시는 삶의 목적지까지 잘 가시도록 마음을 나눕니다. 그리고 조용히 머물러 계시는 분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기도 안에서 동반을 합니다.


하느님 안에서 친교를 나눈다는 것, 서로서로 잘 알지 못하지만 서로서로 기도하며 은총을 비는 것은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참다운 공동체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느님이라는 공통분모가 없었더라면 절대로 맺어질 수 없는 우리들의 관계이기에, 우리의 만남이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하느님 안에 머물며 그분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우리의 발걸음을 일일이 축복해야 합니다.


열차 안에서 한 번 보고 헤어지는 우리가 아닌, 비록 처음 보지만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는 그런 모습을 꿈꿉니다. 하느님 이야기를 하며, 누군가에게 축복을 빌고, 힘든 분들을 격려하고 기뻐하는 분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그런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토토로 신부' 열차 안에 머무시는 동안 그런 행복을 늘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기도로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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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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