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33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23 조회수2,084 추천수9 반대(0)

예술의 전당에서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사이먼 래틀은 지휘자였습니다. 그의 지휘는 때로는 시냇물이 흐르듯이 경쾌하였고, 때로는 폭포수처럼 웅장하였고, 때로는 작은 숨소리조차 들릴 정도로 정교하였습니다. 지휘자의 손짓, 몸짓, 눈짓에 따라서 연주를 하는 단원들의 모습은 감동이었습니다. 공연에는 한국인 작곡가 진은숙 씨의 작품도 있었습니다. 지휘자는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진은숙 씨의 작품은 신중하게, 마치 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손길처럼 지휘를 하였습니다. 한국에서 하는 첫 번째 공연이었기 때문인 것 같았습니다. 평생 지휘를 했던 명지휘자도 처음 공연하는 작품은 좀 더 신중하게, 집중해서 지휘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진은숙 씨의 작품도 그의 특유한 개성으로 지휘를 할 것 같습니다.

 

내년 서품식을 앞둔 신학생들의 면담이 있었습니다. 석사 논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부제직과 사제직을 앞둔 본인들의 각오와 다짐을 들었고, 의지가 되는 성경 말씀이 무엇인지 들었습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성직을 준비하는 신학생들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도움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이들도 사이먼 래틀처럼 사목의 현장에서 영적인 에너지를 나누어 줄 것입니다. 본당의 각 단체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분들에게 힘을 주고, 본당이라는 공동체에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도록 지휘할 것입니다. 어느덧 오래 입은 옷처럼, 오래 신었던 신발처럼 사목이 익숙해지겠지만 처음 먹었던 그 마음을 늘 간직하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으며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주어진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기뻐하고, 항상 감사하며, 어떤 처지에서도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요즘 우리는 세상의 눈으로 볼 때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씀을 묵상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종말에 대한 신앙입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도, 건강도, 목숨도 기꺼이 버릴 수 있는 것은 종말에 대한 신앙이 있기에 가능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참된 신앙을 잊지 않으시고 보답해 주실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일곱 아들을 순교의 제단에 바친 어머니도 그렇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 용감하게 일어서 마타티아스와 그 아들들도 그렇습니다. 진리 앞에, 하느님께 대한 믿음 앞에 두려움도, 근심도 걱정도 없는 것이 참된 신앙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더욱 깊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너와 네 안에 있는 자녀들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치고, 네 안에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게 만들어 버릴 것이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 중에 10명 중 2명은 교회가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현실에서, 예수님의 말씀은 어쩌면 오늘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일지도 모릅니다.

 

커다란 건물의 교회, 엄숙한 전례, 아름답고 화려한 행사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교회는 이 땅의 빛과 소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신 하느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오늘 주님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너희는 마음을 완고하게 하지 마라.”

 

지진으로 일주일 연기되었던 수학능력 시험이 오늘 있습니다. 수험생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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