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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23 조회수1,779 추천수4 반대(0) 신고


지상에서서부터 하느님 나라를



 

안전하고 평화로운 하느님 품 안에 닻을 내리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했던 성 골룸바노 아빠스(543~615)께서 어느 순간 한 가지 큰 깨달음에 도달하게 됩니다. 세상의 작은 풍파 앞에서도 이리 저리 흔들리는 나약한 한 인간 존재가 하느님께 나아가는 과정에서, 가장 안전하고 탄탄한 길은 수도 공동체 생활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골룸바노는 아일랜드에서 프랑스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발길 닿는 곳 마다 손수 수도 공동체를 건설하였고, 의기투합한 수도자들과 함께 공동체 생활을 통해서 이 지상에서부터 천상적 삶을 앞당겨 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젊은이답게 이런 고민 저런 고민, 이런 체험 저런 체험 거듭하던 청년 골룸바노는 어느 순간 크게 회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성경 말씀에 따라 부모와 집 뿐만아니라 고향까지도 떠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의 원의가 얼마나 강렬했던지 엎드려 애원하는 어머니의 손길마저 뿌리치고, 12명의 동료들과 함께 목선에 의지한 채 기약없는 여행길을 시작하였습니다.

 

아일랜드를 떠난 배는 프랑스의 한 해안가에 도착하였는데, 도착하자마자 그 지역에 수도원을 설립하였습니다. 골룸바노의 영성과 지도력이 얼마나 탁월했던지 불과 20년 동안 동반했던 제자들 가운데 20여명의 성인(聖人)들이 탄생했습니다.

 

인간의 과도한 욕심과 이기심에서 비롯된 끝도 없이 반복되는 전쟁과 질병, 고통과 환란을 목격한 골룸바노는 튼튼한 수도공동체 건설을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이라 생각하였습니다. 그가 대단한 것은 애써 공들여 멋지게 지은 수도원에 정착하지 않고, 또 다른 순례의 길을 떠났다는 것입니다.

 

 

유럽 여러 지역에 유서깊은 수도원을 건립하고 선교활동을 해나가던 그는 셀수도 없이 많은 도전들 앞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잦은 박해와 추방으로 마음이 동요될 법도 한데, 그는 조금도 흔들림없이 이 지상에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직진만을 거듭했습니다. 그가 설립한 수도회들은 당시 사회 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영성 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문과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잡았습니다.

 

골룸바노는 우리 모든 인간 존재가 한없이 나약하지만, 그 인간 존재 안에 하느님의 영이 거처하실때 얼마나 위대한 존재로 변모하는지를 잘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에게 당신 영원성의 모상을 주시고 당신 행위의 유사성을 주시는 것은 참으로 관대한 처사가 아니겠습니까? 사람이 그 위엄을 간직할 줄 안다면 하느님의 유사성에 따라 창조된 사람의 위엄은 참으로 엄청납니다. 사람이 하느님께서 그 영혼에게 부여하신 기능들을 올바로 사용할 줄 안다면 하느님과 유사하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골룸바노는 우리 인간들, 특히 수도자들이 어쩔 수 없이 지니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잘 파악하고 있었고, 두루뭉실하게가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사람에겐 다른 이들에 대해 말하고, 다른 이들의 일에 대해 참견하며 잡담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그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을 비판하는 일 이상으로 좋아하는 일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사야처럼 주 하느님께서 나에게 말솜씨를 익혀 주시며 고달픈 자를 격려할 줄 알게 다정한 말을 가르쳐 주셨다.’고 말하지 못하는 사람은 침묵을 지킬 줄 알아야 하고, 만일 무엇을 말하고 싶다면 화평의 말을 해야 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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