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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 신부님의 매일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26 조회수1,617 추천수1 반대(0) 신고

 

 

우리 시대 가장 작은 이들



환우들과 고통 당하는 이들 안에 주님께서 현존하심을 굳게 확신했던 복자 아르테미테 자티 수사님(살레시오 회원으로서 평수사요 의료인)은 가족도 없고, 돈도 없는 위중한 환자가 병원을 찾아올 때 마다, 함께 일했던 간호사 선생님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자매님, 좋으신 주님께서 우리를 찾아오셨습니다. 주님을 위해 침대 하나 마련해주십시오.”


...

자티 수사님의 머리 속은 자나깨나 환자들의 모습으로 변장하고 찾아오시는 주님 생각 뿐이었습니다. 하루 온종일 강도 높은 병원 근무를 마치고 나면, 습관처럼 아주 낡은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병원조차 찾아올 힘이 없는 환자들을 왕진하기 위해 열심히 페달을 밟았습니다.


자티 수사님의 자전거 핸들 한쪽에는 언제나 오래된 묵주가 하나 걸려있었는데,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도 중증 환우들, 다시 말해서 변장하고 찾아오신 주님을 위한 묵주 기도를 그치지 않았습니다.


한번은 아주 어둔 밤, 장대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자전거로 왕진을 가던 자티 수사님이 살짝 유혹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비오는 추운 밤길, 이럴때가 제일 난감하단 말야. 왕진을 위해 작은 자동차라도 하나 마련할까?”


그러나 즉시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음을 바꿔먹었습니다. 혹시라도 자동차를 타고 왕진을 가게 되면 가난한 환우들이 상처입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것 같아 즉시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평생토록 낡은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았습니다.


어느덧 아르헨티나 비에드마에서 유명인사가 된 자티 수사님이었습니다. 그가 왕진을 나갈 때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그를 불렀습니다. “자티 선생님!” 그럴때 마다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초스피드로 사라졌습니다. 그가 얼마나 겸손했던지,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을 극구 싫어했기 때문입니다.


자티 수사님은 언제나 헌옷을 입고 다녔는데, 차림새로 보아 그 옷들은 누군가가 입다가 버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언젠가 죽은 환우의 옷을 입은 적이 있었는데, 너무 낡은데다 고약한 냄새까지 풍기자, 의사 선생님들이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자 수사님 왈! “이 얼마나 감미로운 천상의 향기입니까?”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오 복음 25장 40절)


우리도 주님께서 가장 사랑하시고, 각별히 마음에 두고 챙기시는, 이 시대 가장 작은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유심히 살펴봐야겠습니다. ‘작은 이들’이 지닌 특징은 요즘 정치인들이나 유명인사들처럼 목소리가 크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상의 변두리나 모퉁이에 숨어있기에, 눈 크게 뜨고 살펴봐야 겨우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 시대 작은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우리 눈을 더 크게 떠야겠습니다. 특별히 영혼의 눈을 떠야겠습니다. 우리 눈을 더 맑게 정화시켜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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