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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11.28 화/ 허물어지지 않는 진정한 성전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11-27 조회수2,340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34주 화, 루카 21,5-11(17.11.28)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루카 21,6)





The destruction of the temple foretold


 



허물어지지 않는 진정한 성전

기원전 19년 대 헤로데는 건축 자재나 건물 장식물에 쓰일 ‘자원 예물’(2마카 2,13)과 “아름다운 돌”(21,5)로 예루살렘 성전을 증개축하였습니다. 돌 하나의 길이가 약 12.5미터, 높이 4미터, 폭이 5미터 정도였으니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웅장하고 화려한 성전을 본 사람들은 경탄합니다(21,5).

이에 예수께서는 찬물을 끼얹는 말씀을 하십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때가 올 것이다.”(21,6) 삶의 구심점인 성전이 허물어진다는 건 유다인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았을 것입니다. 존재의 위기를 느낀 그들이 예수님께 그런 참변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묻습니다(21,7).

그러자 예수께서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고,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하는 이들을 뒤 따라가지 말라고 하십니다(21,8). 이어 말씀하십니다.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그러한 일이 반드시 먼저 벌어지겠지만 그것이 바로 끝은 아니다.”(21,9)

주님의 궁전인 우리는 하느님을 품고 하느님의 얼굴을 드러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자주 나만의 성을 모래 위에 짓고 있는지 모릅니다. 부와 권세, 명예, 튼튼한 인맥, 세속의 힘을 얻기 위한 능력 등으로 하느님의 집을 지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자신의 힘을 키우고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것들은 영혼에 독이 될뿐이지요.

하느님과 무관한 화려한 성전이 파괴되듯 주님을 잊고 제뜻대로 살아가는 우리도 순식간에 파멸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님의 영을 지니지 않은 채 눈에 보이는 돌쌓기와 장식에 눈이 멀지 않도록 깨어 일어나야겠습니다. 긴박한 상황이나 절박한 필요 앞에서도 세상의 헛된 소리와 우상에 매달리지 말아야겠지요.

오늘 한국교회들 또한 복음의 본질을 담아내지도 살아내지도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개신교에서는 대형화와 세습문제, 그리고 돈과 권력에 터잡은 기업화가 큰 문제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톨릭 또한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의 본질을 보여주는 데 상당히 소극적입니다. 교계지도자들을 중심으로 한 수직의 질서는 신앙을 경직되게 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한국교회는 성전이신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에 일치되기보다는 힘이 있고 화려한 탑쌓기에 쏠려있는 것 같습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눈에 웅장하고 화려하며 돈많고 힘 있는 교회를 가차없이 허물어버리실 것입니다. 우리가 세워야 할 성전은 자비와 정의의 성전이요, 하느님의 얼이 숨쉬는 생명과 희망의 성전입니다. 부자들과 힘 있는 기득권자들에 의해 움직이는 교회가 아니라, 가난한 이들로 채워지는 가난한 교회가 바로 참 성전입니다.

우리는 어떤 성전을 짓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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