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것이 있다면 어느 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죽음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두에게 불안과 공포를 안긴다. 하느님은 여기에서 해방되도록 늘 깨어 기도하도록 일러주신다. 지금 이 순간에 온 마음과 정성을 쏟으면서 깨어 있어달란다. 하느님 말씀에 따라 늘 깨어 기도하면 모든 사물을 새롭게 볼 것이라나. 예수님도 분명히 말씀하셨다. “너희는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라. 그날이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라. 그날은 모든 이에게 들이닥치리라.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때에 사람의 아들 앞에 설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라.”(루카 21,34-36 참조) 깨어 준비하자. 도독이 언제 어떻게 들어올지 모른다.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구분된다. 그러나 과거는 ‘지나간 현재’로 현재를 만든 시간이고 미래는 또한 ‘다가올 현재’로, 현재가 만들어 갈 시간이다. 결국 과거와 미래는 현재라는 시간의 또 다른 모습인 하나로 엮어져 있기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결국 ‘현재’라는 시각이다. 예수님께서는 그날이 덫처럼 갑자기 닥치지 않게 깨어 있으라신다. 언제 올지 모르는 그날을 우리는 늘 ‘준비하는 마음’으로 기다려야만 할 게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라는 거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의 말이다. 국어교사로 부임한 그는 독특한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인생의 눈을 뜨게 해 준다.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인생의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고자 기존의 수업 틀에서 벗어났다. 새로움은 인습이나 타성에서 벗어날 때 생기기에. 카르페 디엠, 이 말은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라.’와 같을 게다. 이것은 바로 지금 여기에 충실을 다하라는 것이리라. 우리의 유일한 시간은 ‘바로 지금’이며 인생은 이것의 연속이기에.

어느 날 문득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닌데!”라며, 우리 영혼과 정신은 깨어난다. 일상의 근심에서 벗어나 영원한 진리에 대해 눈을 뜰 때 우리는 깨어 사는 방법을 찾는다. 자신의 탐욕을 채우려 살지 않고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찾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이들을 심오한 눈으로 읽어 낼 줄 아는 지혜이다. 매일의 삶에서 세상 욕심을 버리고 하느님 뜻을 추구하자. 이 순명을 통해서 하느님만이 주실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이미 이 땅에서부터 누리게 되리라.

그러려면 하느님의 뜻과 그 길이 무엇인지 늘 묵상하며 기도하자. 항상 깨어 기도로 준비하면서, 그날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도록 하자. 시간을 진지하게 준비하는 삶, 시간을 값어치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삶, 지금 우리에게는 이런 삶이 필요하리라. 전례력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이다.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새로 시작되는 대림 시기를 맞이하기 위한 채비를 하자. 가는 시간에서 마무리와 새로운 시작은 늘 하나로 연결된다. 이렇게 한 매듭으로 한 해를 정리하는 건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