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력 돋보기] 성 요셉 대축일이 3월 20일? 3월 19일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이다. 성모님의 든든한 배우자로 또 예수님의 지상 생활의 아버지로서 보호와 양육을 묵묵히 수행한 요셉 성인이기에 교회는 커다란 공경심으로 성 요셉 대축일을 지낸다. 요셉 성인은 복음서에서 한마디 말이 없다. 천사의 말을 들을 뿐이다. 꿈에 마리아와 파혼하지 말고 그녀를 아내로 맞이하라는 천사의 알림을 들었을 때도, 헤로데의 위험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며 이집트로 떠나라는 분부에도, 그리고 안전해졌으니 다시 이스라엘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들었을 때도 요셉은 그저 순명했다. 불확실하고, 의심스러우며 자신의 방식과 다를 수도 있었지만 그는 침묵하며 하느님의 계획 앞에 자신의 계획을 내려 놓았다. 예수님이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성전에서 잃어버린 아들을 사흘 만에 되찾았을 때도 성모님과 예수님의 대화만 전해질 뿐 현장에 있던 요셉은 묵묵히 말이 없다. 이 세상의 어느 남편, 어느 아버지가 이렇게 살 수 있을까? 오롯이 수용과 침묵, 그리고 인내의 모습이 바로 성 요셉의 삶이었다. 그저 묵묵히 삶을 살아서일까? 성 요셉에 대한 기록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없다. 자연스럽게 그에 대한 공경도 비교적 늦은 9세기가 되어서야 발전되기 시작했지만 그 확산은 빨랐다. 폭넓은 대중 신심으로 인해 비오 9세 교황이 그를 1870년 보편 교회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다. 그 이전인 1841년 8월 22일 그레고리오 16세 교황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와 그분의 배필 성 요셉을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로 정했다. 요한 23세 교황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중에 로마 전문(Canon Romanus) 이라 불리던 감사기도 1양식의 전구 부분에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의 이름을 표기했고, 2013년 프란치스코 교황은 나머지 감사 기도에도 성 요셉의 이름을 부르게 하여 매일 미사에서 그에게 전구와 보호를 빈다. 이렇게 믿음과 덕행에서 큰 모범이 되는 성 요셉 축일이 올해는 왜 20일로 이동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3월 19일이 사순 제4주일이기 때문이다. 교회 전례력은 같은 날에 축일이나 기념일이 겹치거나 주일에 다른 축일이 있으면 그 거행의 우선 순위를 지정해 놓았다. 관련 항목은 다음과 같다. 「주일은 이렇게 중요하므로 대축일과 주님의 축일에만 자리를 내준다. 그러나 대림·사순·부활 시기의 주일은 모든 주님의 축일과 모든 대축일보다 앞선다.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이나 주님 부활 대축일이 아닌 이런 주일에 오는 대축일들은 뒤따르는 월요일로 옮겨 지낸다.(전례 주년과 전례력에 관한 일반 규범 5항)」 즉 주님의 날, 주일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심을 매주 기념하는 날로 근원적인 축일이다. 따라서 주일에 축일을 지내는 일은 주님의 축일이거나 성인의 대축일만 가능하다. 가령 올해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8월 6일은 주일이다. 그래서 연중 제18주일 대신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을 지낸다. 그러나 이는 연중 시기에 해당되고, 대림·사순·부활 시기의 주일은 포함되지 않는다. 이 시기 주일은 모든 주님의 축일과 대축일보다 앞서는 아주 높은 등급의 주일이다. 이로 인해 성 요셉 대축일을 3월 19일 주일이 아닌 월요일인 20일에 거행하는 것이다. 전례력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기준을 알고 보면 한결 이해하기 쉽다. 올해 성 요셉 대축일은 이런 연유로 주일이 아닌 월요일로 지내게 된 것을 숙지하면서, 사순 시기 주일의 의미 또한 되새기며 성인의 축제도 지내는 더욱 풍요로운 3월이 되었으면 한다. [월간빛, 2023년 3월호, 소형섭 아우구스티노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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