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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땅나 48 【참행복2】 “슬퍼하는 사람" 십자가의 길 제11처 3
작성자박미라 쪽지 캡슐 작성일2017-12-21 조회수2,192 추천수0 반대(0) 신고

[하늘땅나48] 【참행복2】 “슬퍼하는 사람" 십자가의 길 제11처 3

<실생활>
옷 벗김을 당하고 난 후에 특별히 수도회 장상에게 완전한 순명을 하기로 결심하였는데, 지시뿐만 아니라 그분들의 아주 작은 의향까지도 완전히 따르기로 한 것입니다. 그래서 계속 노력하던 중 82년 12월 25일 성탄절 새벽 미사 거양성체 때에 ‘하느님께서 지금 당장에 나를 데려 가시겠다고 한다면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퍼뜩 정신을 차리고 ‘그래 아무런 애착심도 없다면 지금 당장에 데려 가신다 해도 괜찮겠지!’ 하고 생각하며, ‘그럼 너는 지금 아무 것에도 애착심이 없니?’ 하고 자신에게 물어 보았는데 깨끗이 ‘그렇다!’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제가 맡고 있던 아이가 9시부터 달리기 시작한 20Km 마라톤 중에 고통 사고를 당하여 죽었습니다. 미사 끝에 원장님이 “오늘은 예수 그리스도님께서 베틀레헴 외양간에서 태어나신 날인데 그분이 태어나셨을 때에 목동들은 그분을 만나기 위해 외양간으로 달려갔다. 오늘 우리도 구유 위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을 만나러 달려가는 목동들처럼 달려가자!”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아이는 영세한 지 1년밖에 안 된 아이였지만 매일 성당에 가서 성체 조배를 하고 있었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맡은 일도 잘하였고, 성적도 월 평균점수도, 과목별 평균점수도 거의 비슷하게 별 차이가 나지 않게 잘했습니다(80~90점). 옆반 아이가 “진호는 소죄도 없었을 거예요” 하고 그 반 엄마에게 말할 정도였으니까 그 아이에 대해 짐작이 갈 것입니다.

제가 아이들과 함께 ‘선종 할 수 있는 은혜를 구하는 화살기도’ “예수 마리아 요셉님! 제 마음과 정신과 생명을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 예수 마리아 요셉님! 임종의 고민을 당할 때 저를 도와주소서. 예수 마리아 요셉님! 당신 은덕으로 안전히 죽게 하소서.” 라는 1965년 교황 성하께서 인준하신 화살기도문을 매일 바치고 있었는데, 7월 어느 날 그 아이는 제게 와서 “그 기도 열심히 하면 정말 천당 갈 수 있어요?” 하고 물어 본 적도 있었답니다. 저는 그 아이의 죽음을 보고는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너무나 좋으셔서 데려가셨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날 제가 20Km 골인 지점에 막 도착하고 있을 때에 옆 반 아이가 “진호가 택시에 받혀서 병원에 실려 갔어요” 하는 사고 소식을 전해주어 즉시 차를 타고 되돌아 그 아이에게 가던 중에 어이없게도 저는 ‘만약에 진호가 이대로 죽는다면 내 체면이 뭐가 될까?’ 를 걱정하여 ‘살려주십시오!’ 하고 애원하는 기도를 간절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게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시오!” 하는 음성이 부드럽게 들리는듯했습니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제 꼴이 너무나도 우스웠습니다.

‘과연 네가 진호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니? 넌 진정 그 아이를 사랑해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니라, 네 체면 때문에 그렇듯 애타게 기도하고 있질 않았니? 진호는 하느님의 아들이야. 아버지께서 데려가시는 것이 좋으시면 데려가실 테고, 여기에 두는 것이 더 좋으시면 살려주시겠지!’ 하는 생각에 이르자 저의 마음은 날아갈 듯 편해졌습니다.

다 버리고자 했던 것이었기에 ‘저의 체면’ 아무 것도 아니었는데, 제가 잠시 거기에 빠지려고 하자 누군가가 거기에서 빠져 나오도록 저를 도와준 것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죽은 후에 천상 임금 탄일 잔치에 그 아이를 초대해 주신 사랑 많으신 천상 아버지께 무한한 감사를 드렸고, 또한 제가 그런 예쁜 당신의 아들을 잠시 동안이라도 맡을 수 있게 하여 주신 것에 대하여도 감사드렸습니다.

그 아이가 죽던 날 아침에 저 뿐만 아니라, 12월 21일에 영세한 아이 하나도 저와 같이 ‘자신의 죽음’을 느꼈었고, 사고가 났을 때 즉시 달려가 그 아이를 품에 안고 병원으로 가다가 그 아이의 임종을 지켜보신 신부님께서도 그 사고를 예감하셨는데 그 중에서 유 진호 도미니코 사비오만을 데려가셨습니다.

그 사고를 통해 ‘진호는 그 누구보다 더 세상에 대한 애착심이 없고 깨끗하니까 너무 예뻐서 먼저 데려 가셨다.’는 것을 알았기에 저도 그 후 1년 동안 그 아이처럼 잘 죽기 위하여 먼저 그 아이와 같은 마음으로 모든 것에 순명하고자(십자가에 못 박혀 있고자) 최선을 다하여 노력했습니다.

<내님이 가신 십자가의 길로>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두 손과 두 발을 십자가에 못 박혀 계신 주님!
당신은 이제 아무것도 하실 수 없고,
어떤 곳에도 가실 수 없게 되시었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습니다.

제 뜻대로 제 마음대로 살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여 마음에서
얼마나 많은 불평이 일어나는지
당신께서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못하고
제가 가고 싶은 곳에 못가고
제 의사와 전혀 다르게 행동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힘이 드는지 모르옵니다.

주님께서 그런 저의 사정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시기에
당신 친히 먼저 십자가에 못박혀 계시오니 주님!

사랑하올 주님!

저도 기꺼이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자 하는 마음과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마음대로 가고자 하는 그런 마음을 다스려
주어지는 모든 일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 어머님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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