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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땅나 49 【참행복2】 “슬퍼하는 사람" 십자가의 길 제11처 4
작성자박미라 쪽지 캡슐 작성일2017-12-21 조회수1,704 추천수1 반대(0) 신고

 

[하늘땅나49] 【참행복2】 “슬퍼하는 사람" 십자가의 길 제11처 4 

 

<일기> 1983년 1월 12일.

주님, 성탄 아침 미사에서 당신께서 생각하게 해주신 일을 기억하고 거기에 맞아지게 살게 하소서. 세상 모든 것에서 애착을 끊는다면 당신께서 불러 가실 것. 당신께서 언제 어느 때 부르시더라도 “예” 하며 기쁘게 그 부르심에 응할 수 있으리라는 것.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애착이 없이 산다면 언제 어느 때 당신께서 고통을 주시더라도 “예” 하며 즐거이 그 고통을 받아들이리라는 것. 사람이나, 사물이나, 소임이나, 모든 것에 대한 애착을 끊고 당신께로 나아가게 하소서. 어떠한 고통도, 당신의 어떠한 부르심에라도 능히 응할 수 있으리라. 주님,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당신께서 주신 무한하신 은혜 감사드리나이다.

 

1983년 1월 14일 금요일. 

완전한 침묵 속에 절대적으로 순명한다.

주님, 사랑의 길을, 십자가의 길을 당신과 함께 걷게 해주심에 감사드리나이다. 당신은 무한하신 고통으로 그 길을 걸으셨음에도 제겐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감당할 수 있을 때에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주시나이다. 언제나 당신께서 저를 내치지 않으시리라는 믿음을 갖고 살았는데, 당신은 언제나 사랑으로 그 믿음을 갚아주셨나이다. 이제 당신과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려 하옵니다. 두 손을, 두 발을 십자가에 못박아 꼼짝도 못하게, 제 뜻대로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하소서. 제가 아무리 무엇이 하고 싶더라도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하소서. 제 주장이, 제 뜻이 아무리 세어도 더 이상 표명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겠나이다. 다만 침묵하며 그곳에 달려있어야 하겠나이다.

 

 사랑 많으신 주님, 당신께서 사랑으로 십자가에 달려 계셨듯이, 저도 사랑으로 십자가에 달리겠나이다. 당신께서 십자가에 달리시므로 많은 죄인들을 주님께로 이끄셨듯이, 저도 십자가에 달리므로 당신 사랑의 길을 모르고 그곳으로 가지 못하는 많은 영혼들을 주님께로 인도하고자 원하나이다. 이제 아무 것도 미련 없이, 아무 곳에도 매임 없이 그저 십자가에만 달려있게 하소서. 아무런 부도, 명예도, 체면도 이제 제겐 없나이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모든 이 앞에 옷 벗김을 당하고, 이제 기진하여 더 이상 십자가를 지고 더 높은 곳으로 가지도 못하나이다. 주님, 이곳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아무 것도 제 뜻대로 하지 않고 오로지 절대적으로 순명만 하겠나이다.

 

침묵 속에서... 온전히 침묵하게 하소서. 모든 것이 허사로 돌아가지 않게 오로지 침묵만 하게 하소서. 모든 것은 다 당신께서 알아서 해주시리라 굳게 믿나이다. 저의 두 손을, 저의 두 발을 당신 손에 온전히 맡겨드리옵니다. 그분을 통해서 오는 모든 일에 순명하게 하소서. 언제나 십자가에 달리신 당신만을 바라보며, 십자가에 달리신 당신만을 묵상하며 하루 한 시도 당신을 잊지 않고 저도 함께 거기에 달려있게 허락하소서.  

 

모든 이를 아버지께로 이끄시기 위해서 침묵 중에 십자가에 달리신 사랑하올 주님, 저도 많은 영혼을 아버지께로 이끌기 위해서 침묵 중에 십자가에 달려있게 하소서. 그 안에 있는 고통은 당신 사랑임을 굳게 믿게 하소서. 세 시간 동안이나 십자가에 달리시어 손바닥이 찢어지고, 발등이 찢어져 당신은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웠나이까? 제게 주어지는 모든 고통은 얼마나 당연한 일이옵니까? 주님! 그것이 당연하다는 사실을 한 시라도 잊지 않게 제게 은총을 베풀어주소서. 

 

자비하시고 사랑이 많으신 주님, 극악무도한 죄인의 죄를 용서해 주심에 감사드리며, 언제나 통회하는 마음으로 ‘슬퍼하는 자’ 되어 살겠나이다. 더 이상 제 자신 아무 것도 자랑할 것이 없겠나이다. 죽기까지 저의 죄악을, 저의 더러움을, 추악함을 기억하며 당신의 크신 자비, 당신의 크신 사랑을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완전한 침묵, 절대적인 순명 안에

십자가에 달리신 사랑하올 당신만 바라보며

온전히 그 안에서만 살겠습니다. 아멘.

 

<실생활>

83년 2월 23일 소임이 바뀌어 여자 중학생 반에 갔는데 모든 것이 순조롭게 다 잘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맡았던 어떤 아이들보다 더 사랑스럽고, 말썽이 없는, 스스로 알아서 일 처리도 잘하는 그런 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5월 17일 예상 밖에 일이 일어났습니다. 온갖 말썽이란 말썽은 다 피우고, 학교 선생들도, 주위 엄마들도 손을 댈 수조차 없는 그런 아이들과 귀엽고 예쁘기 그지없는 제 맡았던 아이들과 완전히 바뀌는 일이 일어난 것입니다. 그 반을 맡았던 이가 아프다고 장기 휴가를 가게 되었는데 아무도 그 반을 맡으려 하지 않았고, 저는 일부러 성당에 가서 주님께 미리 ‘그 아이들을 제가 해야 한다면 맡겨주십시오’ 라고 말씀드렸었기에 “맡아보지 않겠느냐?” 는 말씀에 쉽게 “예” 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저는 두 반을 다 맡고자 한 것이었고, 윗분은 제가 맡았던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옆 반에 합반을 시킨 것이었습니다. 가장 재미있게 잘 살고 있었기에 그 말씀을 듣고 저는 아이들 짐을 정리하며 처음으로 아이들과 헤어지기 싫어 눈물을 흘렸습니다.

 

1983년 5월 19일에(일기) ‘주님께서는 편리하고 안이한 생활을 원하시지 않는가요? 그렇다면 주님, 기쁘게 응하게 하소서. 주님께서 달리신 십자가에 저도 그렇게 달려있게 하소서. 아픔을 느끼며, 괴로워하면서 침묵 속에 거기에 달려있게 하소서... 당신 사랑 때문에 모든 일을 할 수 있게 하소서. 많은 고통을 느낄 것을 각오합니다...  

 

자비로우신 당신께서는 언제나 어떤 고통스러운 계기를 통해서 제게 사랑을 알게 해주시고 더욱 더 큰사랑을 알게 해주심을 아오며 깊은 감사를 드리옵니다. 아이들과 헤어질 것을 생각하며 울고, 아이들보고 또 울고, 고해 성사 보며 울고, 나와서 당신 앞에서 또 울고. 그것을 통해서 당신께서 제게 가르쳐주신 깊은 사랑을 새로이 맡은 영혼들에게 아낌없이 쏟아주겠습니다.’ 라고 말씀 드렸었는데, 

6월 15일에는 주님, 죄인인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 아이들을 사랑하겠다고 입에 바른 소리를 잘도 지껄여 대놓고 어찌했는지요. 그들을 사랑하고 있다면 어찌 그들의 잘못에 대하여 신이 나서 남들에게 지껄일 수 있겠나이까? 자신의 체면, 자만에 빠져 그저 저만 잘난 듯이 우쭐대며 저 안에만 빠져 있으며, 아이들을 내리누르고, 짓밟고, 그 위에 올라 서 있었나이다. 

 

주님, 용서하소서. 제가 진정 그들의 엄마가 된다면 어찌 그들을 그렇게 짓밟을 수 있겠나이까? 용서하소서. 진정 그들을 사랑한다면 그들의 아픔을 함께 느꼈어야 할 것을, 위에서 손가락질하며 그들의 마음을 예리한 칼로 휘저어 아픔만 더하게 했나이다. 주님, 그들의 무질서, 예의 없음, 그들의 모든 아픔들을 제 것이 되게 하소서. 함께 느끼게 하소서.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들게 하소서. 그래서 함께 아픔을 느끼며, 함께 그것을 바로잡아 나가도록 하게 하소서. 이제껏 동떨어진 곳에서 그들을 손가락질하며 잘못을 비웃고, 놀리고, 고발하며, 비밀로 자신의 우월함을 즐기고 있었던 파렴치한 인간임을 주님, 이제야 깨달음을 용서하소서. 제가 진정으로 그들의 엄마이게 하소서. “그들”이 곧 “나”이게 하소서, 제가 어찌 남들 앞에 재미있다는 듯 그들의 잘못을 자랑할 수 있겠나이까? 그들의 잘못을 드러내는 일이 저의 잘남을 드러내는 일이 어찌되겠나이까? 

 

주님, 저의 못나고 어리석음을 불쌍히 여기소서. 제가 진정 그들의 아픔을 제 아픔으로 받아들여 함께 신음하며 함께 아파할 줄 알게 하소서. 그들을 위해 제 모든 것을 당신께 바치겠나이다. 잘못을 고쳐주소서. 아픈 곳을 낫게 해주소서. 비뚤어진 것을 바로 잡아주소서. 그들이 곧 “나”라는 것을 언제나 상기하며 생활하게 하소서... 언제까지나 그들이 저를 엄마로 생각하기만 바라며 자신은 그들을 진정 딸로 생각하지 않고 약아빠진 인간으로 살려 하겠나이까? 

 

주님! 이제까지 쓸데없는 지껄임으로, 생각으로 당신 마음 상해드림 용서하여주시고 새롭게 살게 도우소서. 진정 그들의 엄마 되게 하소서. 그들의 아픔을, 그들의 상처를 제 몸에 직접 느끼게 하여주소서.’ 라고 말씀드리고 그 동안 받아들이지 않았던 모든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그로부터 12월말까지 온전히 십자가에 못 박혀 모든 이로부터 아무런 위로를 받지 못하고 홀로 극심한 고통을 겪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님처럼 저도 그렇게 가까운 모든 사람들로부터 잊힌 채 홀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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