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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례] 알기 쉬운 전례 상식: 미사 시작전 침묵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3-03-20 조회수3,220 추천수0

[알기 쉬운 전례 상식] 미사 시작전 침묵

 

 

“떠든 사람”. 어린 시절 학급 반장이 쉬는 시간에 떠든 친구의 이름들을 칠판에 적어 놓았던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미사 거행을 앞두고 성당 안에 들어온 나이 드신 할머니가 조용히 묵상하며 기도하는 다른 자매의 어깨를 두드리며 사소한 일을 들려주며 주위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젊은 신부님이 크게 호통을 쳤다. 여기가 무슨 도떼기시장(역자 주: 국어사전에서 상품 중고품, 고물 따위 여러 종류의 물건을 비밀 거래하는 질서가 없고 시끌벅적한 비상적인 시장을 이르는 말)이오? 미사 끝나고 이야기하면 될 텐데, 조용히 기도하고 있는 분을 왜 그렇게 방해하시오. 나이 드신 할머니가 뒤를 돌아보시더니 이렇게 대꾸하셨다. “하이구, 신부님두 나이 먹어봐~, 얼른 생각날 때 말하는 거요. 잊어버리기 전에~.”

 

나이를 막론하고 성당 안에서 침묵을 통해 경건한 마음으로 미사를 준비하기보다는 가끔 다른 이들과 잡담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눈에 띈다. 내적 침묵에 무뎌지고 혀를 절제하지 못한 채 무책임한 말을 내뱉는 사람들이 주변에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로 교회는 ‘미사 시작 전·후’, ‘미사 거행 동안’ 이전까지 소홀히 다루었던 거룩한 침묵의 요소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사에 참여하러 성당에 들어온 신자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일까? 성당은 하느님께서 머무시는 자리이므로 모든 신자는 그분의 현존 앞에 조용히 머물러 있어야 한다. “주님 앞에 고요히 머물며 그분을 고대하여라”(시편 37,7). 성전의 고요함은 하느님의 거룩한 현존을 드러내는 표지다. 신자들은 하느님 면전에서 거룩한 침묵을 지킴으로 그분께 흠숭을 드려야 한다. 침묵은 우리가 하느님께 나아갈 때 얻는 특권, 곧 하느님의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순간(탈출 33,11; 신명 34,10 참조)을 미리 준비하는 자세다. 따라서 성당은 다른 합당한 이유가 있지 않는 한, 소란하거나 떠들지 않게 하며 언제나 침묵이 감돌고 있어야 한다. 그만큼 거룩한 침묵은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훌륭한 준비라고 말할 수 있다. “거룩한 예식을 경건하고 합당하게 거행하려는 마음을 지니도록, 전례 거행에 앞서 미리 성당, 제의실, 준비실과 그 둘레에서 침묵을 지키는 것이 좋다”(『로마 미사 경본 지침』 45항 참조). 미사에 참여하러 온 신자들은 미사 시작 전에 성당이 “더없이 위대한 성찬례의 기도를 연장하고 내면화하는 묵상과 침묵 기도를 바질 수 있는 공간”(『가톨릭 교회 교리서』 1185항)이라는 점을 올바로 깨달아야 한다. 미사에 참여하러 온 신자들은 침묵을 통해 예식 전체에 깊이 스며들게 된다. 이 거룩한 침묵은 말과 행동이 더욱 완전해지도록 도와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하느님을 향해 더욱 몰입하고 내적인 기도를 바치도록 힘을 북돋아 준다. 미사 시작 전에 조용히 기도하고 전화벨도 묵음으로 해 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2023년 3월 19일(가해) 사순 제4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3면,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문정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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