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오늘밤, 우리의 아기! 구세주 나셨습니다. 왕방울의 소의 눈이 기쁨에 경악하고 어린양의 떨리는 탄성에 잠들었던 만물이 깨어납니다.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첫 울음 속에서 “이 사람이야말로 정말 하느님의 아들이었구나.”는 백인대장의 고백을 듣습니다. 마구간의 바닥에 나뒹구는 이 지푸렁이는 예루살렘 입성 때 길을 뒤덮는 팔마가지가 될 것입니다. 마구간의 이 냄새는 그의 온몸에 발려진 순 나르드 향유가 될 것입니다. 포대에 싸여 있듯, 뭇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머리 둘 곳조차 없으시다가 눕지도 않은 채 십자가에 못 박혀 세워질 연약한 아기, 내가 휘두른 채찍에 온몸이 부서질, 그러면서도 생명을 주시고자 저를 부르신 아기 예수여! 발에 입 맞추게 하소서! 당신의 보송보송한 그 발로 저를 온전케 하소서, 제 발을 씻기신 예수여! 품에 안게 하소서, 당신 가슴에 머리를 묻고 새로 나게 하소서! “목마르다”라고 외치는 당신 음성을 듣게 하소서. 제 생명을 주신 예수여! 남북이 철조망으로 가로막힌 우리의 마음 속 투박한 담 벽이 세워진 이 곳에 당신은 ‘평화의 ’왕으로 오십니다. 여기, 다윗의 조그마한 고을 한반도, 가로막은 울타리를 걷어내고, 딱딱하게 굳어버린 우리의 아성을 부수소서! 오, 임마누엘, 저희와 함께 계신 아기 예수여!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