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요한은 하느님을 모르고 죄를 짓고 사는 어두움의 위험에 대해 경고하며 빛 가운데 걸어야함을 역설합니다. 그는 빛 가운데 머물려면 자신이 누구이며, 하느님께서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에게 무엇을 해 주셨는가를 자각하라고 권고합니다. 요한은 우리에게 영원한 구원에 이르는 길을 다음과 같이 알려줍니다.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가지만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1요한 2,15-17)

요한은 다가오는 하느님의 나라와 때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미 왔다고 가르칩니다. 하느님의 나라가 이 세상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왔다는 것이지요. 세상은 하느님의 선이 드러나는 그분의 창조물이지만 하느님과 관계가 단절될 때 허무와 무의미로 채워지고 맙니다.

예수께서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사랑하셨기에 결코 세상을 버리거나 외면하지 않으십니다. 그분께서는 제자들에게 하느님의 뜻과 믿음을 저버린 채 세속에 끌려 다니지 말라고 가르치십니다. 곧 육의 욕망, 눈의 욕망, 그릇된 가치관, 죽음의 문화와 불의를 거슬러 거짓 신들을 따르지 말라 하셨지요.

따라서 세상에 파견된 우리는 오늘 복음에 나오는 한나처럼 하느님과의 굳건한 관계를 맺고 살아야겠습니다. 한나는 사회적 약자 취급을 받은 과부였지만,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습니다.”(루카 2,37) 그녀는 소외감과 온갖 고통을 겪으면서도 하느님을 떠나지 않았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한나는 항구한 정신으로 기도하는데 그치지 않고 기도한 바를 실행했습니다. 그녀는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예루살렘의 속량을 기다리는 모든 이에게 아기 예수에 대하여 증언했지요(2,38). 그녀는 자신이 만나고 체험한 구원의 선물을 다들 이들에게도 전함으로써 영원의 집으로 들어갔습니다(1요한 2,17 참조).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도 세상의 유혹과 도전을 끊임없이 받습니다. 그러나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길은 세상의 현실 저편에 있는 신비스럽고 감상적인 그 무엇이 결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세상의 의미를 분명히 알아차려 하느님을 선택하는 태도입니다. 인간의 유한성은 영원성을 지닌 하느님 안에서만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하느님의 선(善)이 드러나는 곳이요 전능 자비하신 하느님을 만나는 터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하느님의 선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려는 육의 경향과 욕망 때문에 악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따라서 우리는 지나가버릴 헛되고 헛된 세상을 사랑하거나 세상 것들에 속지 말아야겠습니다. ‘육의 욕망’, ‘눈의 욕망’,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을 버리고 주님의 뜻을 실천함으로써 아기 예수님 곁에 머무르도록 힘쓸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