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성탄 팔일 축제 제6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12-30 조회수1,757 추천수6 반대(0)

어머니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잘 기억하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어머니는 밭에서 일을 하시고, 냇가에서 빨래를 하시다가 진통을 느끼셨고, 집으로 돌아오셔서 저를 낳으셨다고 합니다. 요즘의 임산부들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초인적인 힘인 것 같습니다. 어머니 시대의 여성들은 모두 그렇게 아이를 가졌고, 출산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기억을 못하지만 어린 시절 물난리가 있었고, 가족들은 겨우 몸만 피해서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저의 기억은 그 즈음부터입니다. 판잣집에서 살았고 추웠던 겨울이 기억납니다. 지금처럼 따뜻한 옷이 별로 없었고, 온수가 나오지 않았고, 고드름을 아이스크림처럼 먹었고, 썰매를 타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어머니가 평생 잊지 못하는 사건이 있습니다. 저의 가출입니다. 저는 5살 때, 버스를 잘못타서 집을 찾지 못했습니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어버린 어머니의 마음을 모르긴 해도 새카맣게 타들어가셨을 것입니다. 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사건입니다. 저는 다행히 스스로 파출소를 찾아갔고, 파출소에서 하루를 보낸 후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어머니께서는 제가 또 한 번 가출을 한 적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해가 지기 전에 어찌해서 제가 집으로 돌아왔다고 말씀하십니다. 80이 훌쩍 넘으신 어머니께서는 지금도 어제 일처럼 저의 유년시절을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어머니 기억의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저의 허물과 잘못을 쉽게 잊으시고, 제가 한 아주 작은 능력과 선행은 모두 기억하시는 것입니다.

 

2017년도 이제 곧 저의 기억 속에 묻힐 것입니다. 속이 상한 일도 있었습니다. 감사드리고 싶은 일도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일도 있었고 보람된 일도 있었습니다. 부족한 제게 베풀어 주신 하느님의 사랑에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올해도 이제 하루 남았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비로우신 분이시기 때문에 364일을 욕심과 욕망 때문에 채우려고만 했어도, 오늘과 내일 마음을 비우고 나누는 삶을 산다면, 베푸는 삶을 산다면, 기도의 삶을 산다면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용서하시고 새로운 한해를 선물로 주시는 분이라 믿습니다.

 

오늘 요한 사도는 바로 이런 마음을 담아서 글을 쓴다고 이야기 합니다. 아버지에게, 자녀에게, 젊은이에게 편지를 쓴다고 말을 합니다. “여러분은 세상도 또 세상 안에 있는 것들도 사랑하지 마십시오. 누가 세상을 사랑하면, 그 사람 안에는 아버지 사랑이 없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것, 곧 육의 욕망과 눈의 욕망과 살림살이에 대한 자만은 아버지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온 것입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세상의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때에 정말 필요한 말씀이라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한나는 예수님을 만나고 축복의 기도를 드렸습니다. 세상의 분주함 속에서는, 세상의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은 만날 수 없는 예수님이었습니다. 헤로데가 살았던 궁전에서는 예수님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율법과 규율에 얽매서 살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기도 중에 하느님의 뜻을 찾았던 한나는 예수님을 보았고, 축복의 기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은 지나가고, 욕망도 지나갑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은 영원히 남습니다.’(지인들과 함께 여행을 잘 다녀왔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