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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땅나 62 부 활 2
작성자박미라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03 조회수1,144 추천수0 반대(0) 신고

[하늘땅나62] 부 활 2

[때가 되어 서서히 새벽이 다가옴을 느끼며 적은 글]
<일기> 1986년 12월 31일.
사랑하올 저의 주님! 언제나 당신은 변함없이 거기에 그렇게 계시지요? 사랑. 언제나 사랑으로 그렇게 거기에 계신 당신. 언제나 당신을 닮아 변함없이 사랑하게 될까요? 미워하고, 화를 내고, 마음 상해 투덜거리고, 판단하고, 비판하고... 당신 사랑에 묻혀 그 모든 것 잊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사랑하는 일에만 전념하고 싶어요. 가만히, 그저 그냥 그렇게 있은 지도 꽤나 오래 되었어요(84.5.4-86.12.31). 2년 7개월하고도 27일째예요. 이젠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새로이 출발하는데 늦지는 않았지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당신께..., 새로운 출발을 기뻐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모르겠어요. 이제는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주어지는 대로, 저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성심껏 하겠어요. 지금까지의 모든 것 다 감사드리며 잘못을 용서 청합니다. 새로운 출발을 축복해 주세요. 모든 것 당신 사랑에 합하게 해주세요. 기쁘고, 즐겁게, 아이처럼 당신 곁으로 달려 가리이다. 노래 부르며..

사랑하는 저의 주님!
오로지 당신만 사랑하게 해주세요.
어느 누구도 당신과의 사랑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당신이 보이지 않더라도,
당신의 음성 들리지 않더라도
당신을 느낄 수 없더라도,
오로지 당신만 사랑할 수 있게 하소서.

1987년 2월 5일부터 8일까지
사랑하올 저의 주님, 참으로 감사합니다. 당신의 사랑 얼마나 크시온지, 어찌 말로 다 표현 하오리이까? 그 모든 것 어린이에게 나타내 보이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어린아이와 같이 되고자, 모든 위선과 허식을 벗어버리고자 그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애써 왔나이까? 하온데 당신은 마침내 꾸르실료라는 놀라운 방법을 통해 저를 변화시켜 새롭게, 빛 속에서 살게 해주셨습니다. 새로운 날, 빛 속에서 일하게 해주십사 기도한 보람을 얻게 해주셨습니다.

사랑 많으신 주님, 당신 사랑 속에서 이제는 다른 이를 사랑해야겠습니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자 되라.”고 하신 주님, 완전한 자, 거룩한 자 되고 싶어요. 말과 행실로 그 사랑을 실천하며, 거룩한 자 되기를 원하나이다. 갑자기 말과 행동이 변화되지는 않습니다.

아직 미숙하고 어리지만, 노력하노라면 꼭 당신을 닮아 온유하고 겸손하게 사랑을 실천할 수 있으리라 믿나이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사랑으로 저를 이끄시는 주님,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쳐 주시옵소서. 당신께서 주신 귀한 하루하루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게 해주시옵소서. 자신과 용기를 주소서. 일을 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돌보아주소서.

<실생활>
1987년 2월 5~8일. 꾸르실료 마지막 날 새벽에.
주님께서 저를 무덤에서 꺼내어 주셨음을 알게 되었고, 저는 즉시 “‘이제는 제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님께서 제 안에서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 20). 이제 아무 것도 저 스스로 계획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것 다 당신 뜻대로 하소서.”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까지 저를 사람 취급도 안 하던(시체처럼 무덤 속에 있었기에) 언니도 꾸르실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제게 일거리를 주었습니다. 그러한 일을 통해서 제가 다시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수도복을 입고 있었을 때 언니가 사무장으로 있었던 본당 사무실에 딸린 방에 가서 쉬고 있을 때에 꾸르실료 교육에 참가하고 있던 언니가 꾸르실료를 받으라고 하였지만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아 거절했다가 수도복을 벗고 무덤에 들어간 지 일년이 넘어서야 서서히 날이 밝아옴을 느끼고, 본당신부님께 꾸르실료 교육을 받겠다고 추천서를 써 달라고 부탁해 달라고 하니까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 교육을 받으려고 하니? 정 받고 싶으면 네가 해라." 라고 하며 언니가 극구 반대를 하였답니다. 그래서 신부님께 추천서를 써주십사 부탁을 하였더니 신부님께서 추천서를 써주시면서 "내가 이걸 써주어도 되는지 모르겠네?" 하시면서도 싸인을 해 주셨지요.

그분께서는 제가 수도복을 벗고 있는 것을 보시고 안타까워 하시면서 다른 수도원을 알아봐 주시겠다고 까지 하셨었는데, 제가 십자가의 길을 걷고 있기에 괜찮다고 말씀 드렸었는데, 그분께 꾸르실료가 끝나고 인사를 드리면서 "저 오늘 부활했어요! 제가 수도복을 입고 있었다면 아마도 저를 둘러싸고 있던 껍질을 다 벗어버리고 부활할 수는 없었을 거예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도미틸라씨, 정말 그렇게 보이네요. 내가 신부라는 것 때문에 그렇게 하기가 참 힘드는데 정말 부럽습니다." 라고 말씀해 주셨답니다.

일의 시작은 3월 11일부터 세류동 공군 부대 성당에서 반주를, 3월 12일부터 부곡 성당에서 성가대 지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곳에서 부활대축일까지 일을 해 주고, 혼자 일어서서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청주로 내려 와서 작은 가게를 준비하면서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부활하신 주님께 배우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시작한 그 일은 제가 이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 계속해야 할 일입니다.

그것은 “나눔”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엠마오로 가는 길에서 만난 제자들에게 빵을 떼어 나누어주셨는데 그제야 그들은 눈이 열려 그분이 예수님이심을 알아보았습니다(루가 24, 31참조). 제가 할 일은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당신의 몸을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주신 것처럼 제 몸을 떼어 이웃에게 나누어주는 것’이었지요. 그 제자들은 그분이 아무리 많이 설명을 해도 그분을 알아 볼 수 없었지만 빵을 떼어 나누어 준 후에야 그분이 바로 주님이시라는 것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제부터 그리스도님과 하나가 된 내 몸 전체를 이웃에게 내어 주어야만 내 몸을 받아먹은 사람들이 그 행위를 통해서 하느님을 알아 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나눔”이란 간판을 걸고 일을 시작했고, 그 모든 일 안에서 저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첫 번째 부모를 통해서 태어날 때는 만져지는 ‘육신인 몸’ 받아 태어났지만, 두 번째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님을 본받아 다시 태어날 때는 ‘영신적인 몸’ 즉, “그리스도님의 몸인 사랑”을 받아 태어난 것입니다.

이제부터 제가 주어야 할 “제 몸”은 바로 “그리스도의 사랑”입니다. 그 사랑은 “벗을 위하여 제 목숨을 바치는 사랑”(요한 15,13)입니다. 그것은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내어주는 것’입니다.

시간도, 능력도, 재능도, 재물도, 경험도, 지식도... 다 내어주는 것입니다. 그 일은 부활한 첫 새벽부터 시작해서 아침을 맞이하고, 점심을 맞이하고, 저녁을 맞이하는 그 순간까지 끊임없이 이어질 것입니다.

지금은 기쁨의 때입니다.
모진 풍파 속에서 슬픔과 번민,
온갖 고통을 다 이겨냈기에
승리의 깃발을 높이 들고
기쁨을 누리는 때입니다.

그 기쁨은 아무도 방해할 수도
빼앗을 수도 없습니다.
그 기쁨은 이 세상 그 누구도 줄 수 없고,
오직 사형 당하셨다가 다시 살아나신
그분만이 주실 수 있는 참 기쁨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제자들이 무서워 떨며 꼭꼭 걸어 잠근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두드려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는 방에 부활하신 주님께서 아무의 도움도 받지 않으시고 들어가셨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건 아주 쉬운 일입니다. 저도 이제 그런 일을 아주 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든 밀알은 다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겉모습만 바라보고 사는 밀알은 자신의 겉모습만 알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을 속속들이 탐색하기 위해 겉부터 시작하여 하나하나 벗겨 들어가 속까지 다 썩히며 자신 안으로 들어간 밀알은 자기 자신을 속속들이 다 알게 되었기에 다른 밀알의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자기 자신의 껍질을 뚫고 들어가 “참 나”의 모습을 되찾고 다시 태어난 밀알은 이제 어떤 밀알의 껍질도 뚫고 들여다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전지 전능하신 그분께서 당신의 숨을 내쉬시어 새롭게 다시 창조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주님께서 새롭게 창조하신 아주 작은 밀 이삭 하나로 이루시려는 일은 무한한 것입니다. 그것은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 빵 다섯 개로 오 천 명을 먹이시고도 남은 부스러기가 열 두 광주리에 차고 넘치게’(요한 6, 1-15 참조) 하신 무한하신 그분께서 친히 하시는 일이기에 그렇습니다.

저는 다만 ‘저를 만드신 목적에 합당하게 살고 싶사오니 당신 친히 그렇게 되게 해주시옵소서. 라고 말씀드리고, 주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따랐을 뿐인데 이렇듯 엄청난 사실을 알게 해주시니 다만 놀랍고 또 놀라울 뿐입니다.

제게 베풀어주신 모든 은혜에 감사드리고,
이 세상을 창조하여 주심에 감사드리고,
우리를 살려주시려 당신 친히 내려오시어
사랑 때문에 고통 당하시며 십자가의 길,
사랑의 길을 만들어 주심에 감사드리고,
그 길을 걷는 모든 이에게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여
당신으로 살게 하여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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