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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10 조회수2,257 추천수4 반대(0) 신고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판관 시대의 종료를 선포하면서 이스라엘의 왕정(王政) 수립 과정에 큰 기여를 한 마지막 판관 사무엘의 생애는 기도로 시작해서 기도로 끝납니다.

 

 

그의 출생 배경을 한번 보십시오. 그의 어머니 한나는 원래 아이를 낳지 못하던 여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이에 대한 생각이 얼마나 간절했던지, 날이면 날마다 성전을 드나들며 눈물로 주님께 기도하였습니다.

 

 

만군의 주님, 이 여종의 가련한 모습을 눈여겨보시고 저를 기억하신다면, 그리하여 당신 여종을 잊지 않으시고 당신 여종에게 아들 하나만 허락해 주신다면...”(사무엘기 상권 111)

 

 

한나의 간절한 기도를 굽어들으신 주님께서 마침내 응답하셨습니다. 사무엘은 기적적으로 세상의 빛을 보게 됩니다. 그녀는 감사의 마음으로 아들을 사제 엘리에게 맡깁니다. 어린 시절부터 사무엘은 하느님의 궤가 자리한 주님의 성전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거기서 주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마침내 어느 날 주님께서 세번에 걸쳐 거듭 사무엘을 부르셨습니다. “사무엘아, 사무엘아!”사무엘은 이렇게 응답합니다.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사무엘기 상권 310)

 

 

사무엘의 외침,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는 우리가 주님께 바치는 기도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짧지만 잘 제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의 기도는 주님의 음성을 듣는 기도가 아니라, 이런 저런 지향들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습니다. 그도 아니면 지극히 틀에 박히고 정형화된 기도문들을 달달 반복합니다.

 

 

기도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인 창의성, 자발성, 적극성이 부족합니다. 그 이유는 가장 근본적인 측면, 하느님 음성을 듣는 과정인 침묵이 생략되거나 결여되었기 때문입니다. 사무엘이 주님 앞에 취한 단순명료한 태도를 자주 기억해야겠습니다. “주님, 말씀하십시오. 당신 종이 듣고 있습니다.”

 

 

본격적인 공생활을 시작하신 예수님께서도 회당에서 사람들과 함께 기도하셨고, 열심히 공적으로 말씀을 선포하셨지만, 그 바쁜 와중에도 틈나는 대로 홀로 외딴 곳으로 가셔서, 침묵 속에 기도하셨습니다.

 

 

다음 날 새벽 아직 캄캄할 때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 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마르코 복음 135)

 

 

침묵의 순간은 공허한 시간, 열정이 없는 시간이 아니라, 주님과의 대면, 내면의 성찰을 통해 영적으로 더욱 성장하는 시간입니다. 복음을 효과적으로 선포하는 데 있어 침묵보다 좋은 도구는 다시 또 없습니다.

 

 

위대한 선교사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변변한 이동 수단도 없던 그 옛날,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기 위해, 12년 동안, 8만킬로의 거리를 여행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밤이면 밤마다 어김없이 성체 앞에 홀로 머물며 침묵 속에 기도했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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