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13 조회수1,950 추천수6 반대(0)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통일을 염원하는 그림에 북한의 국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른들의 눈에는 초등학생의 그림이 이념적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곧 평창 동계 올림픽이 시작됩니다. 북한의 선수들과 응원단이 올 것 같습니다. 이념의 눈으로 보기보다는 평화와 화합의 축제로 보면 좋겠습니다. 아직 풀어야 할 것들이 많이 있겠지만 인도적인 측면에서 이산가족의 상봉과 서신 왕래는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초등학생이 쓴 시를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아이의 눈으로 보았지만 어른들의 세상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맨 위에 쌓인 눈을 하얗다고 이야기 한다.

맨 위 쌓인 눈은 편하게 자리를 잡는다.

맨 나중에 내리기 때문이다.

맨 처음 내린 눈은 쉽게 녹아 버린다.

맨 처음 내린 눈은 위에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어야 한다.

맨 처음 내린 눈은 검게 변해서 시궁창으로 흘러간다.

중간에 내린 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왜 우리는 맨 위에 내린 눈만 알아주는 걸까?”

 

초등학생의 눈에도 우리는 1등만 기억하는 것으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눈을 관찰하면서 예리하게 글을 썼지만 왠지 안타까운 것은 저의 마음입니다. 어른들이 맨 먼저 내린 눈의 수고로움을 알아주었다면, 쉽게 녹고, 시궁창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해서 고마운 마음을 표시했다면, 중간에 내려 쌓인 눈에 대해서도 수고하고 있음을 인정했다면 아이는 또 다른 시를 우리에게 선물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기름부음을 받은 사람입니다. 사무엘이 사울에게 기름을 부어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추대한 것처럼,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서 이스라엘의 왕으로 추대한 것처럼 그리스도는 지혜와 능력을 갖춘 사람에게 기름을 부어서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음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특별한 방법으로, 특별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동박박사들의 경배입니다. 동방박사들은 별의 인도를 받아서 그리스도가 태어나신 곳을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황금, 유향, 몰약을 선물로 드렸습니다. 두 번째는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았을 때입니다.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 모양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하늘에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세 번째는 타볼산에서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거룩하게 변모하셨습니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은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때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

 

성서는 또 다른 모습에서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 아픈 이, 외로운 이들의 친구가 되셨습니다. 친구가 오리를 가자고 하면 십리를 함께 가라고 하셨습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는 목자의 기쁨을 이야기 하셨습니다. 능력, 재능, 업적, 학력, 외모가 구원의 조건이라고 이야기 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느님의 뜻과 하느님의 의로움이 드러날 수 있도록 행동하는 것이 구원의 조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아픈 사람에게 의사가 필요한 것처럼, 죄인들을 치유하기 위해서 왔다고 말씀하십니다. 벗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는 것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고 말씀하셨고, 십자가 위에서 그 사랑을 행동으로 드러내셨습니다.

 

오늘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그것이 율법에 어긋나는 죄가 되는 것은 아닌지 따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합니다. “저 사람은 어째서 세리와 죄인들과 함께 음식을 먹는 것이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죄가 되고 안 되는 것을 따지는 엄격함은 있었지만, 죄인을 이해하고 함께 받아들여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하느님의 자녀임을 생각하는 너그러움이 부족했습니다. 세상을 흑과 백으로 나누는 것은 잘하지만 세상은 다양성 안에 모두가 조화를 이루면 살아야 하는 공동체라는 것은 몰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아주 인상적인 대답을 해 주셨습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사랑이 없는 엄격함과, 자비가 없는 정의는 참된 평화를 이루기 어렵습니다. 참된 평화는 사랑과 자비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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