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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13 조회수2,059 추천수2 반대(0) 신고

 

 

제거 대상이 아니라 치료 대상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 세관에 앉아있던 알패오의 아들 레위를 부르시고, 당신 제자로 부르시는 광경은, 당시 유대인들에게 너무나 큰 충격적인 대 사건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거룩함의 극치요 정점에 서 계신 예수님께서 더 이상 밑으로 내려갈 수 없는 가장 밑바닥에 앉아있던 한 죄인 레위와 접촉하셨으니 말입니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말이 있습니다. 인간들 사이에서의 만남은 대체로 그렇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금수저는 금수저끼리 만납니다. 흙수저는 흙수저끼리 만납니다. 정치인들은 정치인들끼리, 조직원들은 조직원들끼리 만납니다. 비슷한 수준, 비슷한 부류, 고만고만한 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안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외아들이요, 왕중의 왕이신 예수님과 가장 비참한 한 인간이 만납니다. 레위 입장에서는 참으로 놀라운 만남이요, 황공스런 만남, 감지덕지한 만남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이 지니고 있었던 죄인에 대한 개념은 참으로 혹독한 것이었습니다. 죄인은 의인의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들, 거룩한 유다 전통을 따르지 않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회당 출입이 금지되었고, 일반 사람들과의 접촉도 불가능했을뿐더러, 법정에서 증인으로 설 수도 없었습니다. 한 마디로 인간도 아니었습니다. 당시 이방인 노예와 동급으로 분류되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시 랍비들은 죄인들을 회개 불가능한 존재’ ‘구원의 대상에서 제외된 존재로 규정하였던 것입니다. 알패오의 아들 레위는 이런 죄인이란 빨간 딱지를 가슴에 달고 그렇게 살았던 것입니다.

 

 

알패오의 아들 레위는 세관에 앉아 있는’(마르코 복음 214) 이란 표현을 참고했을 때, 보통 세리가 아니라 대단한 세리, 카파르나움에서 힘 꽤나 쓰던 세관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당시 국경을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요충지였던 카파르나움에서 통행세 징수를 총괄하고 있었습니다.

 

 

꽤나 높은 자리에 앉아있던 레위, 꽤나 많은 재산을 모았던 레위였지만, 자존감은 바닥을 치고 있었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마치 징그러운 벌레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었습니다. 더구나 하느님으로부터 용서받을 수도 없었고, 회개의 가능성 조차도 부여받지 못한 채 하루하루 울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이런 세리 레위에게 예수님께서 다가가십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제거 대상으로 여겼는데, 그분께서는 치료의 대상으로 바라보셨습니다. 스스로를 세상과 하느님의 민폐로 여겼는데, 그분께서 자신을 용서하시고 치료하실 뿐 아니라 당신 제자단에 가입시켜주셨습니다.

 

 

모두가 외면하던 나를 눈여겨보시고, 나에게 다시 한번 새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그분의 은혜가 너무 커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동료 세리들, 죄인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한바탕 큰 잔치를 벌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다시금 우리 죄인들을 당신 제자로 부르십니다. 어째서 저 큰 죄인들, 부당한 죄인들을 제자로 부르시냐고 따지는 이들에게, 똑같이 말씀하시면서 말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마르코 복음 217)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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