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2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20 조회수2,274 추천수11 반대(0)

집에는 현관(玄關)이 있습니다. ()자는 누에가 실을 뽑는 형상을 표현했다고 합니다. 누에가 천천히 실을 뽑지만 그 안에서 참으로 놀라운 일이 생긴다고 합니다. 기어 다니는 애벌레가 하늘을 나는 나비로 변하기 때문입니다. 현관은 사찰로 들어가는 문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속세에서 살던 사람이 사찰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깨달음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우리가 성당으로 들어갈 때, 몸과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서 성수를 찍는 것도 비슷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지친 일상의 삶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 현관을 지나게 됩니다. 작은 공간이지만 사랑과 믿음 그리고 희망이 가득한 문이 되면 좋겠습니다. 경쟁, 성장, 이기심, 권력이라는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정을 나누고, 서로를 보듬어 주고, 용서해 주는 가정이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들의 가정이 거룩함이 시작되는 현관이 된다면, 우리의 가정이 사랑이 넘쳐나는 현관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 가정에서 희망의 빛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가정에서 세상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희망, 믿음, 사랑이 넘쳐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가정이 지친 날개를 잠시 접고 영적인 충전을 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부부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자녀를 낳아서 키우고, 자녀들이 자라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결혼한 부부가 머무는 가정은 지친 몸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주는 보금자리가 될 것입니다. 매일 아침 부부는 눈을 뜨면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것입니다. 처음 약속했던 것처럼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성하거나, 병들거나, 항상 서로 아껴주고 사랑하면서 살려고 합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가정은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이 만난 것처럼 소통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갈등이 커지면 다투게 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가정이 깊은 상처를 남기고 깨지기도 합니다.

 

사제들도 신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부부처럼 한 집안에서 살지는 않지만 더러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사제가 신자들과 어울려 식사를 자주 하면 기도하지 않는다고 하고, 늘 성당에 있으면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모든 일을 신자들과 상의해서 하면 추진력이 없다고 하고, 혼자서 결정을 하면 독단적이라고 합니다. 강론이 길면 지루하다고 하고, 강론을 짧게 하면 준비가 부족하다고 합니다. 사회문제를 이야기하면 정치적이라고 하고, 신앙 이야기를 하면 현실을 잘 모른다고 합니다.

 

사제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기껏 준비한 강론을 하는데 주보를 보거나, 조는 분들이 있습니다. 피정을 준비했는데 오셔야 될 분들은 오지 않습니다. 성당의 시설물들을 사용하면 제자리에 갖다 놓지 않습니다. 미사 전에 미리 와서 기도하면 좋겠는데 미사 시간이 돼서야 성당에 오고, 늦게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성당의 재정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습니다.’ 이렇게 사제와 신자들도 서로의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해서 오해를 하고, 위기를 겪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친척들은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예수님께서 미쳤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기준에서 보면 예수님께서는 미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오 리를 가자는데 십 리를 가주기 때문입니다.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내주라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 자비를 베푸는 사람, 옳은 일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시기 때문입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따르라 하시기 때문입니다.’ 출세와 성공 그리고 부와 명예를 좇아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지금도 예수님께서 미친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미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인류의 영적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신 것입니다. 우리의 영혼을 땅을 기어 다니는 애벌레의 수준에서 하늘을 훨훨 날아가는 나비의 수준으로 올려놓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내면에 있는 하느님의 모상을 보여 주셨고, 이 세상에서 영원한 생명을 맛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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