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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23."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 -파주 올리베따노 이영근 아오스딩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24 조회수1,448 추천수1 반대(0) 신고

 

 

마르 4,1-20(연중 3 )

 

 우리는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들었습니다. 예수님께서 그 해설까지도 직접 해주셨습니다.

 이 비유는 세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첫째>는 씨 뿌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요, <둘째>는 씨가 뿌려진 땅에 대한 이야기, 곧 밭에 대한 이야기요, <셋째>로는 뿌려진 씨에 대한 이야기, 곧 열매인 결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비유의 마지막 구절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들은 말씀을 듣고 받아들여,

어떤 이는 서른 배, 어떤 이는 예순 배, 어떤 이는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마르 4,20)

 

 우리는 여기에서 렉시오 디비나의 원형을 봅니다.

 <첫째>는 듣는 것(lectio)입니다. <둘째>는 들은 말씀을 받아들이는 것(meditatio)입니다. 곧 말씀을 소홀히 흘러버리지 않고 영접하여 품고서 말씀의 가슴에 기대어 사랑하고 교제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열매를 맺는 것(oratiocontemplatio)입니다. 곧 듣고 받아들인 말씀을 삶으로 쓰는 일입니다. 삶 안에서 열매를 맺는 일입니다. 뿌려진 말씀의 씨앗은 성취되어 열매를 맺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우선적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은 말씀이 열매가 아니라 씨앗으로 뿌려졌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씨앗은 열매를 맺는 권능 곧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동시에 그것은 선사된 선물이라는 사실입니다.

 이제, 선물인 말씀의 씨앗은 이미 우리 안에 뿌려졌고, 우리의 소명은 그 열매를 맺는 일입니다. 그것은 한 알의 밀알이 썩어야 열매를 맺듯이, 자신이 죽어야 맺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열매는 자기 자신이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내어주기 위한 열매입니다.

 그러기에, 열매는 자신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기보다,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맺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서로는 구원의 길을 함께 가도록 짝 지워진 동반자요, 동행자가 됩니다. 곧 우리는 내 형제 내 본당 내 나라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거름이 되어야 하는 소명을 짊어지게 됩니다. 그러기에, 내 형제, 내 공동체, 내 나라가 바로 나의 소명입니다.

 그러기에,어떤 것은 서른 배, 어떤 것은 예순 배, 어떤 것은 백 배의 열매를 맺었다. (마르 4,8)는 이 말씀은 지금 나에는 몇 배의 열매가 맺혀 있는지, 혹 내 안에 뿌려진 채 여전히 묻혀 있지만 않는지를 보게 합니다. 또한 그 열매를 타인에게 내어주는지, 아니면 자신의 배를 채우고 있거나 악용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보게 합니다. 아를르의 체사리오는 말합니다.

만일 누가 하느님의 말씀을 실천함으로써 먹지않는다면,

(먹지 않고 저장된) 말씀은 만나에 구더기가 끓었듯이 구더기가 끓게 될 것이다.”

 

 한편, 이는 내가 몇 배의 열매를 맺고 있는가? 라는 질문은 내가 좋은 땅인가 아닌가를 묻는 질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씨앗이 떨어질 때 그 땅이 좋은 땅 이었는지 아니었는지에 따라 열매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씨앗이 뿌려지면 그 땅은 그 씨앗으로 말미암아 좋은 땅이 되어가기 때문입니다. 땅은 씨앗과 함께 일구어지기 때문입니다. 곧 씨앗으로 말미암아 밭이 일구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땅은 씨앗이 없다면 쓸모없는 땅인 것입니다. 황무지에 지나지 않을 뿐입니다. 그러니 밭이 거룩한 것이 아니라, 씨앗이 거룩하고 씨앗으로 말미암아 밭이 거룩해지는 일입니다.

 그러기에, 중요한 것은 밭에 씨앗이 선사되었다는 사실이요, 그 씨앗은 놀라운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그 씨앗의 존재를, 그 가치를 깨닫는 일이요, 그 베풀어진 씨앗을 맞아들이는 일입니다. 곧 그 씨앗으로 말미암아 변화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좋은 땅의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그것은 땅을 지배하려들지 않고, 뿌려진 씨앗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일 것입니다. 하늘을 쳐다보고 밭에서 일할 줄 알며, 땅의 노래를 하늘과 함께 부르는 사람이요 하늘의 노래를 땅과 함께 부를 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땅을 윽박지르지 않고 갈라놓거나 파헤치지 않으며, 땅을 매만지며 피땀 흘려 자신의 지문을 새기는 사랑할 줄을 아는 사람일 것입니다. 자신 안에 당신의 사랑이 부어졌음을 받아들이는 사람이요, 어느 누구에게도 사랑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일 것입니다.

 

 하오니, 주님!

 당신 말씀의 씨앗을 품고 살게 하소서! 당신 말씀으로 말미암아 살게 하소서!

 말씀이 지금 여기, 내 형제와 더불어 내 공동체에서 이루어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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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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