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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25 조회수2,237 추천수12 반대(0)

어머니를 위해서 새로이 집을 알아보았습니다. 전세계약이라는 것을 처음 해 보았습니다. 지금 사는 집을 전세로 내어 주고, 새로이 살 집을 전세를 얻었습니다. 이사 갈 곳은 계약을 쉽게 하였지만, 이사 올 사람은 찾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사를 가야 할 날은 다가오고 있는데,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은 있지만 계약을 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계약을 하겠다고 하였지만 포기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일주일을 남기고 드디어 계약을 하겠다는 사람에게 계약금을 받았습니다. 내일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갑니다. 이번 일을 하면서 제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새삼 알았습니다. 제가 참 쉽게 이사를 다녔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사제로 살아가는 것이 희생과 헌신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상 속에서 사는 것은 더욱 큰 고행과 헌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봄이 되면 많은 분들이 이사를 가게 될 것입니다. 원하는 곳에서 삶의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바랍니다. 가고 오는 사람들의 좋은 인연이 맺어지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바오로 사도의 회심 축일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단순히 집을 옮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전 존재를 내어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가졌던 가치와 철학, 신념과 행동을 내어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교회는 특별히 바오로 사도의 회심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회심은 교회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교회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스라엘을 넘어서 전 세계에 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회심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잘못을 뉘우치고 고백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것을 고백성사를 통해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잘못을 뉘우치고, 다시는 잘못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것은 신앙생활의 기본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들을 용서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자비를 청하던 죄인에게 낙원을 볼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돌아온 아들의 비유에서는 잔치를 베풀어 줄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십자가 위에서 하느님께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하느님께서는 요나의 이야기를 듣고 회개한 니네베 사람들을 벌하지 않으시고 용서하셨습니다. 뉘우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회개한 사람을 받아들이고, 용서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입니다.

두 번째는 오늘 바오로 사도가 했던 것처럼 새로운 삶을 사는 것입니다. 지난날의 가치와 철학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입니다. 이것은 강력한 체험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이것은 철저하게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는 깊은 침묵이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의 음성을 듣고 정든 고향을 떠날 수 있었을 때 가능했던 입니다. 모세가 떨기나무아래에서 하느님을 체험했을 때 가능했던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광야에서 40일 동안 기도하면서 얻으셨던 통찰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비록 교회를 박해하였지만,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았고, 인생의 후반부에서는 복음을 전하는 충실한 사도가 되었습니다. 인생이라는 경기에서도 후반전이 중요합니다. 비록 전반전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도, 후반전에 얼마든지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의 삶과 영성을 묵상하면서 우리들 또한 십자가와 수난의 영성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겠습니다.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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