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4주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28 조회수2,012 추천수12 반대(0)

오늘은 해외원조주일입니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우리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있음을 봅니다. 아울러 그런 분들을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고 따뜻한 도움의 손길, 사랑의 손길을 주시는 분도 많이 있음을 봅니다. 그런가 하면 많은 도움을 받았으면서도 고마워 할 줄 모르고, 다른 이웃을 돕는 일에 인색하고, 오히려 소외된 이와 버림받은 이 그리고 가난한 이를 은근히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사람들도 더러 있습니다. 내가 받은 하느님의 사랑을 이웃과 나눌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지난 목요일에 아르헨티나에서 문한림 주교님께서 오셨습니다. 작년에 저는 해외 선교 사제와 선교체험을 하는 신학생들을 방문하기 위해서 남미엘 갔었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문한림 주교님께서 저를 반갑게 맞이해 주셨고, 신학원에서 지낼 수 있도록 배려를 해 주셨습니다. 주교님께서는 한국을 방문하시면서 저를 만나기를 원하셨고, 저는 기쁜 마음으로 주교님과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영이 참 맑은 분이십니다. 저는 주교님의 말씀과 삶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주교님께서는 한국에서 온 신학생들을 공항까지 직접 맞이하러 가셨습니다. 신학생들은 주교님께서 운전하시는 차를 타고 숙소로 올 수 있었습니다. 매일 강론 동영상을 홈페이지에 올리셨습니다. 본당 사목을 하시지는 않지만 주교님의 강론 동영상을 많은 분들이 보고 있었습니다. 화장실 청소도 하시고, 식사도 직접 준비하셨습니다. 주교님께서는 한국의 사제와 신학생들이 아르헨티나에 와서 선교를 하고, 사목을 하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겸손하신 주교님을 보면서 새로운 권위를 볼 수 있었습니다. 따뜻한 주교님을 보면서 참된 목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우리는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내가 말하라고 명령하지도 않을 것을 주제넘게 내 이름으로 말하거나, 다른 신들의 이름으로 말하는 예언자가 있으면, 그 예언자는 죽어야 한다.” 저는 주제넘게라는 말씀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제가 해결할 수 없는 세상의 일들에 마음을 많이 빼앗겼기 때문입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기 보다는 다른 것들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했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기 보다는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을 먼저 하였기 때문입니다.

 

침묵 속에 그리스도의 향기가 나지 않는다면, 성실하게 강론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성사를 정성껏 집전하지 않는다면, 매일 정해진 기도를 하지 않는다면, 건강을 돌보지 않는다면 주제넘게사는 것입니다. 더러운 영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다가옵니다. 사제와 수도자라면 더러운 영은 더욱 기를 쓰고 다가오려고 할 것입니다. 더러운 영을 물리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이냐시오 성인은 그것을 원리와 기초라고 하였습니다. 오늘은 원리와 기초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원리와 기초는 4단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째는 사람이 태어난 목적입니다. ‘사람은 하느님을 믿고 알아서 구원을 받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서 태어났다.’라고 말을 합니다. 시계는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듯이, 종은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듯이, 사람은 왜 이 세상에 태어났는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둘째는 세상의 재물입니다. ‘이 재물은 모두 하느님께서 만드셨고 사람들은 이 재물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유익하면 쓸 것이고,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유익하지 않으면 버릴 것이다.’라고 말을 합니다. 세상의 모든 재물은 하느님을 찬미하는데 사용하면 된다고 합니다. 나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남을 해치기 위해서, 양심을 속이면서 사용하면 안 된다고 말을 합니다.

셋째는 삶의 기준입니다. ‘이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보다 가난을 택할 수도 있고, 건강보다 질병을 택할 수도 있고, 장수보다 단명함을 택할 수도 있다.’라고 말을 합니다. 오랜 동안 수도자로서 살아온 분들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는 분들도 이 부분에서는 자신 없어 합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하느님의 영광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넷째는 모든 것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삶이라고 말을 합니다. 자는 것도, 사는 것도, 먹는 것도, 사람을 만나는 것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라고 말을 합니다. 이와 같은 삶을 추구하는 것이 바로 신앙인의 길입니다.

 

오늘의 성서말씀도 바로 이런 원리와 기초의 삶을 말하고 있습니다.

혼인을 한 사람도, 혼인을 하지 않은 사람도 삶의 중심에는 하느님의 영광이 있어야 한다고 말을 합니다. 혼자 사는 것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 아니면 내세울 것도 아닙니다. 혼인 생활을 해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살면 아름다운 것입니다. 서울에서 부산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 방법이 있습니다. 비행기로 가는 길, 기차로 가는 길, 자동차로 가는 길, 걸어서 가는 길이 있습니다. 어떤 길로 가든지, 중요한 것은 부산이라는 목적지입니다. 비행기로 가도 목적지가 다르면 소용이 없습니다. 걸어간다 하더라도 목적지가 같으면 언젠가는 도착하게 돼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권위 있는 가르침을 보여 주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원리와 기초를 중심으로 한 가르침입니다. 환자를 치유하는 것도, 기적을 행하는 것도, 악령을 내쫓는 것도 모두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서 하신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짓 예언자는 자신의 권위와 자신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말을 합니다.

 

1월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나의 말과 행동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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