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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28 조회수1,630 추천수4 반대(0) 신고

 

 

오늘 내게 불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참으로 특별한 나라임이 틀림없습니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해외 선진국들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던 나라였습니다. 있어서는 안될 동족간의 비극 이후, 흔적도 없이 파괴된 나라, 아무것도 없던 나라, 지구상 최빈국이자 최우선 원조국으로 분류되던 나라였습니다.

 

 

당시 교회나 수도회를 통해서도 원조가 이루어졌었는데, 구호품이나 구호식량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서던 풍경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저도 제몸이나 취향에 전혀 맞지 않던 엄청 크고 튀는 색상의 옷을 배급받아 입고 어색해하던 시절이 아스라히 떠오릅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떻습니까? 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탈바꿈했습니다. 저희 살레시오회 한국 관구만 하더라도, 전에는 늘 로마나 독일, 미국이나 스페인 등에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참 많이도 썼습니다.

 

 

이제는 상황이 정 반대가 되었습니다. 고마운 분들의 협조에 힘입어 한국 살레시오 선교국이 설립되었고, 여러 나라에서 저희 살레시오 선교국에 도움을 청하는 편지나 도움에 감사하는 편지가 답지하고 있습니다.

 

 

큰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나누는 교회로 탈바꿈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우리 가족만, 우리 교회나 국가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시야를 넓혀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류 공동체 전체를 한 가족으로 바라보는 보편애는, 하느님께서 크게 기뻐하실 태도임이 분명합니다.

 

 

요즘 와서 미니멀리즘’, ‘미니멀라이프’, ‘미니멀리스트라는 단어들이 자주 대두되고 있습니다. 다들 어떻게 하면 더 많이 더 큰 것을 소유할 수 있을까 발버둥치는 세상의 시류를 거슬러 어떻게 하면 작고 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고민하는 생활 방식입니다.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교황님 역시 수도자 출신 교황으로서 적극적으로 추구하고 계시는 삶의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오늘 우리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화두이기도 합니다.

 

 

교황님께서는 특유의 청빈한 삶을 통해 많은 소유를 자랑이요 미덕으로 여기는 이 세상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셨습니다. 진정 가치있는 대상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부차적인 대상들을 미련없이 버리고 내려놓는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살고 계신 것입니다.

 

 

내 삶과 일상을 촘촘히 한번 돌아보면 심각한 측면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극단적 물질만능주의에 함몰되어 살아왔습니다. 천박한 소비향락주의, 비인간적 자본주의에 깊이 젖어들어 살아왔습니다.

 

 

물질만능주의가 우리에게 끼치는 폐해는 심각합니다. 우리 삶 안에서 보다 가치있는 대상들, 보다 의미있는 대상들을 철저하게 짓밟습니다. 그저 돈, , 돈이 최고입니다. 어떻게 해서든 돈을 많이 움켜쥐려고 발버둥칩니다. 돈보다 훨씬 상위에 위치한 그 많은 대상들을 깡그리 무시됩니다. 그저 무엇이든 모으고 쌓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결국 자녀들 앞에서도 돈, , 돈이 최고라고 강조했으니, 많은 어르신들, 임종을 앞두고, 아직 눈을 버젓이 뜨고 있는 가운데서도, 남겨진 유산이나 부동산 앞에서 염치불구하고 막장 드라마를 쓰고 있는 자녀들의 볼썽사나운 모습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합니다.

 

 

지금부터라도 삶의 스타일을 많이 바꾸어야겠습니다. 남아있는 내 인생 안에서 가장 가치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우리 삶을 재구성해봐야겠습니다. 물론 노후가 비참해지지 않도록, 미리 넉넉하게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일, 그것처럼 더 중요한 것은 없겠습니다. 그러나 돈을 하느님 위치까지 올려놓고 숭배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부터 돈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 앞에 보여줘야겠습니다. 없이 살아도, 소비향락주의에서 벗어나, 적게 쓰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삶으로 보여줘야겠습니다. 나도 부족하지만 더 가난한 인류 공동체를 위해 기꺼이 나누는 아름다운 표양을 보여줘야겠습니다.

 

 

과감하게 버리고 나누기 위해 한번 깊이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오늘 내게 불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오늘 나를 설레게 하지 않는 것들은 무엇입니까? 오늘 나와 무관한 것을 무엇입니까? 내 삶 안에서 끝까지 버리지 말아야 할 가장 큰 가치는 무엇입니까?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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