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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늘땅나 83 【참행복7】 “평화를 이루는 사람" 15
작성자박미라 쪽지 캡슐 작성일2018-01-31 조회수1,096 추천수1 반대(0) 신고

#하늘땅나 83 【참행복7】 “평화를 이루는 사람" 15

[실생활] 1998년 10월 6일
세 번의 묵주의 9일기도가 4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성인 축일에 끝나고 그 다음날은 추석! 그 다음 날(화요일)이었습니다. 그날 무슨 일이 그리도 많았는지 일을 마치고 저녁도 못 먹고 저녁미사를 하러 갔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나오려는데 본당의 큰 수녀님이 저수지 위에 뜬 달구경을 하러 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녁을 안 먹은 탓에 배가 너무 고파서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오겠노라고 좀 기다리시라고 하였지요.

7시 30분 미사를 마치고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성당으로 다시 갔을 때는 9시 정도가 되었는데, 저수지보다는 새머리산(仙到山) 위에 뜬 달을 보고 싶어서 저수지에 가기 전에 먼저 보여 드리고 싶은 곳이 있으니 그리로 가자고 하니 제 마음대로 하라고 하셔서 그리로 갔습니다. 함께 달구경을 가신 분들은 그전에 논산에 있을 때 추석 때 저수지 위에 뜬 달이 너무 좋았다고 보러가자고 하신 큰 수녀님과 저와 세 번의 9일기도를 마다않고 함께 해 주신 작은 수녀님과 그날 처음 만난 남들 어린이집 원장 수녀님! 그렇게 세 분이셨지요.

새머리산으로 들어가면서도 달이 보였는데 그저 평범한 보름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산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면서 얼마나 놀라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우리 모두는 그저 넋을 잃고 바라보았습니다. 아마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 생애에 단 한 번 밖에는 볼 수 없는 그런 진풍경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엄청난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지요...

그 선도산(仙到山)은 높이가 547.2m나 되는 산이었기에 바로 눈앞에서 보면 크기가 꽤 큰 산이었는데, 그 산 정상에 드높이 달이 떠 있었고, 그 산 위 전체를 덮을 만큼의 크기의 달무리가 엄청난 두께로 달을 둘러싸고 있었습니다.

달무리 안에는 달과 바로 옆에 별 하나가 있을 뿐이었으며, 얼마나 청아한지 이게 밤하늘인가 싶을 정도로 푸른빛을 띠고 있었고, 달무리는 두꺼운 주황색이었는데, 그 주황색이 넓게 퍼져 하늘이 온통 주황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 밖으로는 흰 구름이 아주 얇게 너무나도 아름답게 펴져 있었습니다.

감탄의 감탄을 하면서 하느님께서 작은 수녀님과 마음을 모아 바친 저희의 기도를 기꺼이 들어 주셨다는 생각에 이르러 다른 수녀님들께 이 산으로 인해 알게 된 사실들과 합하여 책을 써서 교구에 갔다 드렸고, 우리가 함께 세 번의 걸친 기도를 드렸더니 이런 놀라운 광경을 보여 주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참을 그렇게 바라보다가 원래 보고자 하였던 저수지 위에 뜬 달을 보기 위해 그곳을 떠났는데, 차가 그 산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바라보니, 그 아름답던 달무리가 서서히 지워지기 시작하더니 우리가 그 산을 다 빠져나올 때쯤에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제가 가려고 했던 저수지가 명암저수지였는데, 선도산에서 그곳으로 가자면 상당산성을 지나가게 되어 먼저 그곳으로 차를 몰아 상당산성 안에 있는 조그마한 저수지 앞에 차를 세우고 나가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보는 달 또한 너무나도 아름다웠는데, 아까보다는 많이 줄어든 한 2/3 정도의 달무리가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이 청아하던 달무리 안에 얇은 솜처럼 곱게 흰 구름이 살짝 펴져 있었고, 달무리의 두께도 색깔도 많이 얇아지고 옅어진 상태로 달무리 밖에는 흰 구름이 더 두껍게 펴져 너무나도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곳에서도 우리가 출발하면서 서서히 그 달무리는 없어지고 있었지요...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명암저수지 둑에 차를 세우고 나가 보았는데, 아뿔싸~~ 선도산에서 보았던 달무리의 반도 안 되는, 그래도 보통 우리가 크다고 생각하는 달무리보다는 좀 큰 아주 옅고 가는 달무리가 보였습니다. 그 두 군데서 그런 엄청난 달무리를 볼 수 없었다면 아마도 그 달무리를 보고 감탄을 하였겠지요... 조금은 시들해진 마음으로 떠나려 하다가 제가 그분들에게 “우리가 떠남과 동시에 이 달무리도 없어질 거예요.” 라고 확신에 차서 말씀드리니 “에이 그럴 리가요,”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출발하면서 보세요.” 라고 말씀드리며 그곳을 떠났는데, 과연 우리가 출발하면서 서서히 그 달무리가 없어지는 것을 다 함께 볼 수 있었지요.

그날 제가 카메라를 들고 가지 않은 것을 늘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어찌 그런 것을 보여 주시리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그러나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 그 어떤 것이라도 이루어 주실 수 있는 주님께서 세상에 못하실 일이 그 무엇이겠습니까? 그 날 그 멋진 광경을 카메라에는 담지 못했지만 이렇게 20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아직 제 머릿속에 이렇게 생생하게 남아 있어 이렇게 말씀드릴 수는 있네요...

그 때 그날의 인연으로 그 날 처음 만난 어린이집 원장 수녀님께서는 제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아이를 받아들여 함께 사는 동안 제게 많은 힘이 되어 주시었답니다.

1992년 6월 7일 성령강림대축일부터 시작된 【참행복7】 “평화를 이루는 사람" 으로써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사랑과 자비가 넘치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이신 주님께서는 저에게 너무나도 과분하고도 흡족하게 채워주셨습니다. 1999년 6월부터는 교구 부제반이 예비신학생 교리를 맡게 되어 성령강림대축일이 되기 전인 5월까지 조용히 제게 맡겨진 일인 어린 목동들과 함께하는 예비신학생교리를 마침과 동시에 드디어 7년에 걸쳐 하게 된 “평화를 이루는 사람" 으로써의 모든 일을 마쳤습니다. 

 


<포토샾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되지 않아 선도산과 달 달무리의 크기만 그려넣었습니다.

달무리 바깥은 흐리게 넓게 펴지고, 그 밖에 흰구름이 얇게 펼쳐져 있어야하는데,

그냥 그러려니 봐 주세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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