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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나눔은 잘 듣는 것에서 부터 / 연중 제5주간 금요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09 조회수1,145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곁에 있는 이가 멀리서 울리는 피리 소리를 듣는데 들을 수 없을 때, 목자가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남들은 듣는데 내가 들을 수 없을 때, 나는 절망에 빠져 죽음을 선택하려 했다. 다만 음악만이 나를 다시 삶으로 데리고 왔다. 나에게 부과된 창조를 완전히 이룩할 때까지는 이 세상을 버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천재 음악가 베토벤의 말이다. 그는 점차 청각을 잃어버렸다. 음악이 천직인 그에게 청각 장애는 죽음과 같은 것일 게다. 눈이 정보의 80퍼센트를 얻는다 해도, 보지 못하는 이보다 듣지 못하는 이가 더 답답해한다나. 그래서 듣지 못하는 이의 심성이 누구보다 더 피폐해지기 쉽단다.

 

그러자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데리고 나가셔서, 손가락을 그의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열려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려 말을 하였다. 그분께서는 이 일을 말하지 말라 하셨다.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듣게도 하시고 말하게도 하시는구나.”(마르 7,32-37 참조)’

 

예수님께서는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고치셨다.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예수님의 모습이다. 그렇게까지 할 이유가 없으셨지만 그렇게하셨다. 그의 아픔에 동참하시는 모습이다. 못 듣는 서러움을 이해하셨던 것이다. 사람들이 만날 때 조금만 웃어도 그 이가 따뜻해 보인다. 조금만 다정하게 악수해도 사람이 달라보인다. 그런데 그걸 아낀다. 귀먹고 말 더듬는 이에게 일부러손가락을 대시는 예수님을 묵상하자. 아이들은 만나면 서로 웃는다. 하늘의 기운이 가득 차 있기에. 하지만 가끔은 그렇지 않은 아이도 있다. 불만을 가진 아이들이다.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족과 여유를 갖지 못하기에 웃음을 감추는 거다.

 

한 아이가 물고기를 키웠단다. 어느 날 물고기가 죽자 그는 울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렇게 말한다. “괜찮아. 울지 마라! 물고기 또 사 줄게.” 이것은 돈으로만 해결할 모습이다. 하지만 아이는 물고기의 죽음을 계속 슬퍼한다. 이는 그의 슬픔에 함께하지 않았기에. “물고기가 죽어 우는구나. 그래 참 안됐다. 엄마랑 함께 묻자.” 이러한 말에 아이는 위로받는다. 예수님께서도 귀먹고 말 더듬는 이의 아픔을 같이하셨다. 그래서 그러한 행동을 취하셨던 것이다. 사실 듣지 못한다는 신체적 장애로 겪는 고통이 크겠지만, 우리 사회는 제대로 듣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와 편견이 참 많다. 그리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올바른 정보 없이 자기 해석을 덧붙여서 진실을 왜곡하여 말더듬이처럼 남에게 말을 전해 벌어지는 갈등과 분열의 상처도 도를 더한다.

 

베토벤을 다시 살게 한 것은 음악이다. 음악 때문에 죽음 같은 절망에 빠졌지만, 음악 때문에 다시 살아났다. 육체적인 귀는 닫혔지만, 그는 정신과 마음의 귀를 열었다. 이 절망을 넘어서서 내면의 귀가 열리자, 오히려 베토벤은 더욱 눈부신 창작 시기를 맞았단다. 예수님께서는 에파타!”, 열려라!”하고 말씀하신다. 무릇 예수님께서는 귀먹은 이를 치유하시는 것만이 목적은 아닐 게다. 대대로 이 말씀이 세상에 울려서 마음이 닫힌 이들의 귀를 열고자 하신 것이리라. 우리가 영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은 내면의 귀가 닫혀 있기 때문일 수도. 세상에서 패배자가 되는 것은 불행한 운명 때문이 아닌, 마음을 닫고 있어서이다. 내면을 열고자 하는 노력은 우리의 몫일 게다.

 

우리가 살면서 남과 나눌 수 있는 것은 물질뿐만이 아닌, 상대에게 귀를 기울여 함께 마음을 갖는 것도 포함된다. 남의 말을 잘 들어 주는 것이 정말 훌륭한 나눔이다. 그저 듣고만 있었는데도 상대는 스스로 고민을 해결하고는 좋은 이야기에 감사의 말을 곧잘 하곤 한다. 이처럼 우리 역시 다른 이들께 복음을 전하려면 먼저 하느님 말씀을 잘 들어야만 한다. 그분 말씀을 듣지 않고 전하면 복음이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오늘 하루 하느님께서 나에게 들려주시는 말씀에 귀를 기울이자. 그리고 내 곁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 보자. “에파타!” 다 열리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에파타,침,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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