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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매일묵상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09 조회수1,369 추천수8 반대(0) 신고

 

 

 

인간과 접촉하시는 하느님

 

 

인류 역사 안 등장했던 왕들은 대부분 안전할 뿐더러, 웅장하고 위풍당당한 왕궁 안에 주로 거처했습니다.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는 회의들도 왕궁 안에서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왕과의 만남이 필요한 백성들은 또한 왕궁으로 찾아와야만 했습니다.

 

 

물론 가끔씩 특별한 왕들이 있었습니다. 신하들의 보고를 통하지 않고 자신의 두 눈으로 백성들의 민생을 살피기 위해, 변장한 채 몰래 왕궁 밖으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아주 드물고 예외적인 왕이었습니다.

 

 

그런데 왕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 보통 왕들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한 만왕의 왕이신 예수님의 행보를 한번 보십시오. 참으로 특별합니다. 고정적으로 머물 수 있는 왕궁이 아예 없었습니다.

 

 

어제는 티로에서, 오늘은 시돈으로, 내일은 갈릴래아 호숫가로...공생활 기간 내내 일정한 거처없이, 언제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셨습니다. 때로 살기등등한 유다 지도층 인사들로부터 성밖으로 쫒겨나기 일쑤였습니다. 때로 말이 철야기도지, 아마도 거처가 확보가 안되 밤을 꼬박 새워 기도하신 적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왕중의 왕이신 예수님의 떠돌이 생활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요? 아마도 당신의 삶 전체를 온전히 백성들과 공유하기 위함이 아닐까요? 당신이 사랑하시는 양떼들과 24시간 함께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3년 남짓 밖에 안되는 짧은 순간을 오로지 당신 백성의 구원을 위해 100퍼센트 사용하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겸손하신 예수님이셨기에, 당신께서 견고하고 웅장한 왕궁에 머물고 계시면, 가난한 백성들이 찾아오기 힘들까봐, 꼼짝 못하고 누워있는 백성들의 불편한 이동거리를 감안해서, 왕이신 당신께서 친히 백성들 사이로 내려온 것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안락하고 쾌적한 높은 왕좌를 포기하시고, 냄새 풍기는 환자들과 죄인들과 직접 온 몸으로 접촉하시기 위해 낮은 곳으로 내려오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참 많은 반성을 하게 됩니다.

 

 

선거 직전에만 딱 한번 내려와서, 시장 상인들을 만나 사진을 찍는 어떤 사람들은 꼭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공생활 기간 내내 시종일관 서민들과 고통받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낮은 행보를 계속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말입니다.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치유하시는 과정에서도, 전지전능하신 예수님께서는 그저 말씀 한 마디로도 순식간에 치유하실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친히 그와 눈을 마주치시고,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습니다.

 

 

세상의 창조주, 만민의 왕께서 한 비참한 인간과 나란히 마주 서시고, 접촉하시고, 스킨십 하시는 모습에서 그분의 인류를 향한 극진한 사랑과 자비를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만질 수 없는 권능께서 만질 수 있는 육신을 입고 내려오셨습니다. 모든 인간이 육체적 접촉을 뛰어넘는 당신 신성을 깨닫게 하시려는 것이었습니다.”(교부 에프렘)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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