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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11 주일/ 손을 대시어 간격을 메워주시는 주님의 사랑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8-02-10 조회수1,611 추천수5 반대(0) 신고




나해 연중 6주일, 마르 1,40-45(18.2.11)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마르 1,41)





The cleansing of a leper


 



손을 대시어 간격을 메워주시는 주님의 사랑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불편한 죽음의 골짜기를 메우는 사랑의 길을 보여주십니다. 이스라엘은 계약공동체를 굳건히 지키기 위하여 하느님께 속한 것과 이교적인 것을 엄밀히 구별하였습니다. 또한 일상적인 것들도 가능한 한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지요. 그 결과 정(淨), 부정(不淨)에 관한 세밀한 규정들이 생겨났습니다.

유대인들은 하느님께서 악성 피부병자들을 벌하셨으며, 그들이 하느님과 사람들에게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악성 피부병자들은 사회와 격리되었으며, 진영 밖에서 혼자 살아야 했지요(13,46). 그들은 옷을 찢어 입고 머리를 풀며 윗수염을 가리고 “부정한 사람이오.” 하고 외쳐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 했습니다.

악성 피부병은 ‘죽음의 첫 사자’요(욥기 18,13 참조), 가장 고통스럽고 혐오감을 주는 병으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병에 걸린 이들은 ‘살아 있으나 죽은 사람’(민수 12,12) 취급을 받았지요. 예수님 시대에도, 악성 피부병인 나병은 단지 돌이킬 수 없는 신체적 파멸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사회적 종교적인 사형선고와 같았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나환자에게 대시어”(1,41) 나병을 깨끗이 고쳐주십니다. 그분께서는 나환자를 만지기만 해도 부정해짐을 잘 아셨지요. 그럼에도 나환자에게 손을 대시어 정(淨)과 부정(不淨) 사이의 깊고 넓은 간격을 메워주십니다. ‘절대 순수요 온전함’이신 주님께서 부정에게 손을 내밀자, 소외와 차별과 단절의 골짜기가 생명의 강으로 바뀝니다.

예수님께서는 격리의 대상이었던 악성 피부병을 고쳐주심으로써, 죽음의 상황에 생명을 불어넣어주신 것입니다. 나병의 치유는 죽은 이의 소생과 같은 놀라운 일이었지요. 나환자의 치유 이야기는 그분을 통하여 우리가 만들어내고, 우리 안에 자리잡은 '죽음의 틈'이 메워짐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의 '손 대심'으로 하느님의 관심과 배려, 정의와 평화가 인간의 역사 안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내 안에도 분열된 자아의 파편들이 꿈틀거립니다. 욕망과 애착 때문에 생겨난 육의 틈바구니이지요. 대인관계에서도 자기중심적인 태도와 굳어버린 사고의 틀 때문에 갈등과 층돌이 일어납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종교와 신념, 이념과 세계관, 언어와 문화 등의 차이가 빚어내는 '죽음의 골짜기'가 널려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골짜기를 메워주셨습니다.

악성 피부병은 소외를 부르는 증오와 편견의 덩어리를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기득권자들로부터 소외된 빈곤층, 노동자, 이주민, 죄수들, 동성애자, 고독병에 걸린 이들 등 소외된 이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고 죽음으로 내모는 '죽음의 틈'을 어떻게 메울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은, 저승사자처럼 예고없이 찾아드는 죽음의 골짜기를 메우는 두 가지 길을 알려줍니다. 하나는 산송장 취급을 받았던 나환자가 지녔던 예수님께 대한 절대적인 신뢰의 자세입니다. 다른 하나는 예수님께서 지니셨던 '가엾이 여기는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을 지닐 때 죽음의 골짜기를 메우고, 편견과 차별과 증오의 덩어리를 깨부수어 소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께 대한 확고한 믿음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손을 내밀어 갈라진 틈을 메워나가야겠습니다. 정(淨)과 부정(不淨)의 다리를 건너, 함께 아파하고 함께 슬퍼하며 함께 견뎌내는 사랑으로, 서로를 치유하고 부패한 사회를 재생하는 오늘이길 희망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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